[기자의눈] 한미균열 우려 비꼬던 靑…찌라시 한장에 '비틀'
‘세컨더리 보이콧’ 루머 파장…한미공조 파열음에 ‘대남제재’ 현실화 우려
靑 말로만 ‘이상없다’ 되풀이…대북최대압박 부합하는 행동 보여야
‘세컨더리 보이콧’ 루머 파장…한미공조 잇딴 파열음에 ‘대남제재’ 현실화 우려
靑 말로만 ‘이상없다’ 되풀이…대북최대압박 부합하는 행동 보여야
지난 17일 청와대는 한미공조 균열을 우려하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노심초사하는 우국충정은 알겠으나 이제 그만 걱정은 내려놓으십시오"라며 비아냥거리는 어조로 비판을 가한 바 있다.
그러나 한미균열 우려는 이제 일부 언론·정계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실질적인 '공포'로 다가오는 모양새다.
지난 30일 금융가에서는 미국 정부가 조만간 국내 시중은행 한 곳에 제재를 가하려고 한다는 '세컨더리 보이콧 루머'가 떠돌았다. 근거가 미흡하고 일방적인 주장이 담긴 전형적인 '찌라시(증권가 정보지)'였다.
이 같은 내용의 찌라시가 작년이나 올해 초에 유포됐다면 사람들은 '뜬소문'으로 받아들였을 것이 뻔하다. 미국이 굳건한 혈맹이자 북한 비핵화의 최대 협력국인 한국에 '대남제재'를 가한다는 것 자체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찌라시의 여파로 31일 국내 4대 은행의 주가는 일제히 4%~5% 가량 폭락했다. 최근 한미 간 파열음이 계속되면서 불만이 쌓인 미국이 실제로 대남제재를 가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와 전망이 작용한 셈이다.
이번 찌라시 사태는 청와대가 "이제 그만 걱정을 내려놓으라"고 말한 뒤 불과 보름도 지나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다. 국민과 투자자들이 청와대와 정부의 해명을 신뢰하고 있었다면 과연 이정도의 '쇼크'가 발생할 수 있었을지 되물어볼 일이다.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의 '냉면 막말'에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도 맥락이 비슷하다. 북측 고위 인사들은 이전에도 우리 정부를 겨냥해 '냉면 막말'과 수위가 비슷하거나 더욱 심한 수준의 막말을 내뱉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냉면 막말'의 후폭풍으로 조명균 통일부 장관 해임 건의안 까지 제출됐다. 정부의 지속된 저자세외교, 눈치보기, 화해·협력 강행에 불만이 누적되면서 '더 이상 좌시하다가는 큰 일 나겠다'는 위기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이에 정부는 '한미공조 이상 없다'는 발언만을 기계적으로 되풀이하고 있다. 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세컨더리 보이콧 찌라시'에 대해 "답변할 가치가 없다"며 입을 닫았고, 여당은 조명균 장관 해임 건의안을 '흠집내기' '생떼'로 일축했다. 왜 이같은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오는지에 대해 고민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한미공조가 굳건하다는 사실을 납득시키려면 이제는 말만이 아니라 그에 부합하는 행동을 보여줘야 할 때다. 그 해답은 굳이 먼 곳에서 찾을 필요도 없다.
아시아와 유럽 51개국 정상들은 불과 2주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있는 곳에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완전한 대북제재'를 이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그 원칙을 충실하게 이행하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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