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절 대란, 늦기 전에 사세요"…패션업계 '헝거마케팅' 점입가경
소비욕 자극하는 '헝거 마케팅' 영향…세일 첫 날 사이트 폭주
사이트 마비·품절 이어지면 소비자 불만 역효과도
국내 패션업계에서 할인 상품이나 신상품이 품절됐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판매율을 끌어올리는 마케팅 방식이 전략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정된 물량만 판매해 제품의 희소성을 높이고, 소비자를 배고픈(Hugry) 상태로 만들어 소비욕을 자극하는 '헝거 마케팅(Hunger Marketing)'의 일환이다.
스포츠 브랜드 배럴은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5일간 전 제품을 최대 반값 할인하는 '배럴데이' 행사를 열었다. 1년에 한 번 진행하는 프로모션으로 올해로 5년째 개최하고 있다.
배럴 측에 따르면 매년 배럴데이가 열릴 때마다 공식 사이트가 마비되고, 조기 품절 사태를 빚을 정도로 고객 호응이 높다.
올해는 세일 첫 날인 17일부터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릴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날부터 19일까지는 온라인몰에서, 20일과 21일은 전국 오프라인 매장에서 세일 행사가 진행됐다.
지난 20일 롯데백화점 수서점 배럴 매장을 다녀왔다는 한 소비자는 "그야말로 카오스(혼돈)였다. 오픈시간에 맞춰 방문했더니 매장 앞에 한 서른 명이 줄 서 있었다"며 "무려 1시간 반이나 기다려서 매장에 들어가서 너무 지쳤지만 다행히 사고 싶은 걸 다 사기는 했다"고 말했다.
앞서 신성통상의 SPA브랜드 '탑텐'도 최근 대규모 할인 행사로 효과를 봤다. 브랜드 최대 프로모션인 '텐텐데이' 행사가 시작된 지난 10일, 탑텐 공식 온라인몰이 마비될 정도로 접속자가 몰린 것이다. 텐텐데이는 일반적인 이월 세일과 달리 인기 신상품 10가지를 1+1(원 플러스 원)으로 할인 판매하는 행사다.
탑텐 측은 "온라인 스토어의 접속 트래픽을 평소의 2배로 증가시켰으나 지속적으로 방문자가 늘어 접속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원활한 사이트 이용을 위해 추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몰과 동시에 세일을 시작한 오프라인 매장에도 고객이 몰렸다. 서울 명동점은 세일 첫 날에만 1억원의 매출을, 전국 매장은 평균 17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날 온·오프라인에서 거둔 총 매출은 21억원에 달한다.
탑텐 측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끝판왕 브랜드를 한 번 더 입증했다"는 입장이다. 탑텐 제조사인 신성통상은 지난 겨울 전례 없는 품귀 현상을 빚은 '평창 롱패딩'을 만든 곳으로 주목 받은 바 있다.
이같은 헝거 마케팅은 단기간에 광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지만, 사이트 폭주나 물량 부족 사태가 심해지면 오히려 고객의 불만을 키울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소셜커머스 위메프가 애플의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을 반값에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했다가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위메프는 지난 22일 0시에 에어팟 총 800개를 9만9000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열었는데 구매자가 몰려 서버가 다운됐다.
불만을 느낀 일부 소비자들은 국민청원 홈페이지로 몰려 들었다. 소비자들은 청원 글에서 "판매시간 5분 전부터 사이트 접속이 되지 않았다"며 "제품 구매에 성공했다는 사람이 없는데 위메프가 고의로 사이트를 막았거나 거짓 행사로 소비자를 우롱하지 않았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메프는 이에 대해 "소비자들이 실제 구매한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다"며 "서버를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해 송구하다"고 해명했다.
매년 비슷한 사태가 되풀이 되는데 일부 업체가 개선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세일을 노이즈 마케팅으로 악용할 의도가 아니라면 매년 반복되는 사이트 마비 문제 등은 개선해야 한다"며 "품절 대란에 따른 광고 효과만 누리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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