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 국제질서 탈피 움직임…“北핵 문제는 강대국 경쟁 대리전”
5.24조치 해제 발언에 한미공조 ‘움찔’…한미일 안보동맹 불안요소 산적
미국 주도 국제질서 탈피 움직임…“北핵 문제는 강대국 경쟁 대리전”
5.24조치 해제 발언에 한미공조 ‘움찔’…한미일 안보동맹 불안요소 산적
북·중·러 3국이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하면서 공조를 본격화 하는 가운데 한·미·일 안보동맹은 엇박자가 드러나는 모양새다.
지역 강대국들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자국 중심 지역질서로 대체하려는 강대국 경쟁시대가 도래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북·중·러 외교차관은 지난 9일 모스크바에서 3자 협상을 진행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북한이 비핵화를 향해 취한 중요한 조처들을 고려할 때,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해야 한다고 본다”며 “단독제재를 반대하는 공동의 입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비핵화 과정들이 단계적이며 동시적인 방법으로 전진돼야 하며 관련국들의 상응한 조치가 동반돼야 한다는데 공통된 인식을 가졌다”며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행동대 행동 원칙’을 내세웠다.
북미가 비핵화와 그에 따른 상응조치 논의에서 좀처럼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는 가운데, 북·중·러 3국이 대북제재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반미 공조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제사회는 상호협력·공동번영을 목표로 상생질서를 구축하려던 ‘탈냉전시대’를 벗어나 강대국들이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헤게모니 장악을 시도하는 혼란기에 들어섰다고 관측한다.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아시아에서는 전체주의적 정치체제 특성을 지닌 중국·러시아가 북핵문제를 미국과의 강대국 경쟁의 대리전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북한을 이용해서 동북아에서 미국의 동맹관계를 약화시키고 영향력을 제거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려면 북한의 안보 우려도 해소돼야 한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연합훈련 동시 중단을 의미하는 ‘쌍중단’과,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체제 구축 동시 진행인 ‘쌍궤병행’을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의 이같은 북핵문제 해법을 지지하면서 한미연합훈련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한반도 핵문제가 단순히 지역 안정 문제를 벗어나 미·중·러 세 강대국의 전략적 이익이 충돌하는 경쟁의 장이 된 것이다.
전성훈 객원연구위원은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핵보유를 일정부분 용인하면서 서방에 부담을 주는 지정학적 게임을 펼칠 것”이라며 “미국의 동맹보호 의지를 시험하면서 지역 안보질서를 바꾸려는 중장기 전략게임을 벌이는 만큼 북한의 핵보유는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미·일 안보동맹은 곳곳에서 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5·24조치 해제와 관련 “관계부처와 검토 중”이라고 발언하면서 큰 파장이 일어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북제재 완화 발언에 대해 한국과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하면서도 “한국은 미국의 승인 없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의 대북제재 완화 시도에 급제동을 걸었다.
또 강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강 장관과의 통화에서 남북군사합의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했느냐’는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한미 외교라인간 소통 부족 및 의견차를 시인한 셈이다.
한일관계는 ‘과거사 문제’ 수렁에 빠졌다. 일본은 욱일기·위안부·독도 등 역사적 잘못을 완강하게 부정하고, 이에 국내 반일감정은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대역사 문제와 미래 문제를 분리한다는 ‘투트랙’ 전략을 천명하고 있지만 정작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양국 협력 사안과 결부시키면서 이에 응하지 않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달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전쟁 가능국가’ 개헌에 가속패달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한일갈등 및 군사적 긴장감 격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정세가 격동할수록 자유주의 체제를 지키는 한·미·일 안보동맹이 일치된 시각과 대응 방안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부교수는 “한미가 굳건하게 합심해서 북한이 ‘비핵화에 응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겠구나’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며 “개별 사안들에서 북한 편을 들며 미국 대 남북 대결구도를 만드는 것은 금물이다”고 말했다.
또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북한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굳건한 한미일 공조에서 나온다”면서도 “한반도 비핵화의 주요 당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도 훼손하지 않도록 균형 감각 있는 외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