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스킨푸드, 줄줄이 폐점에 직원 월급도 밀려…가맹점 '빈 매대' 속출
폐업 하루 전 통보 받은 스킨푸드 직영점 직원들…"월 급여도 못 받아"
가맹점들은 '울며 겨자먹기'…빈 매대 있어도 지속 영업
"저는 외국인 직원이어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주변에 크고 작은 화장품 매장들이 들어서면서 매출이 예전에 비해 상당히 줄었습니다."
10일 오전 서울 홍대의 한 스킨푸드 가맹점에서 일하던 직원은 회사 경영난과 관련된 소식을 접했는지 묻자 심기가 불편한 듯 답했다.
그에 따르면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의 대다수는 여전히 해외 관광객이다. 지난해 사드 갈등으로 급감한 관광객 수요를 국내 소비자로 채우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날 홍대, 신촌 일대에 있는 스킨푸드 가맹점 4곳 중 2곳에서는 해외 관광객을 주로 응대하는 외국인 직원들이 일하고 있었다. 브랜드숍은 대체로 '연중 무휴'지만 이날은 매장 문을 열지 않은 곳도 있었다. 20~30대 유동인구가 많은 신촌오거리 근처 매장은 오픈시간을 1시간이나 훌쩍 넘긴 오전 11시에도 문이 닫혀 있었다. 폐점 안내 문구도 없었다.
1세대 브랜드숍인 스킨푸드는 지난 8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신청했다. 이 회사는 협력업체에 지급해야 하는 20억원의 납품대금과 중소기업은행에서 빌린 29억원의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고 경영난에 빠진 상황이다.
스킨푸드 측은 "현금 대비 과도한 채무로 인해 일시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채무를 조정하고 기업경영을 조속히 정상화 하는 것이 채권자 등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다고 판단해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유의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경쟁력을 고려하면 계속기업가치는 충분하다"며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이 인가되면 유동성을 확보해 사업을 정상화하고 수익 구조를 개선해나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국 500여곳 매장 가운데 300여곳에 달하는 직영점 중 일부는 빠르게 폐점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소셜미디어에서는 직영점에서 일하다가 갑작스럽게 폐점을 통보받고 일터를 잃은 직원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폐점 하루 전에 해당 사실을 통보받았다며 분개했다.
스킨푸드 직영점에서 일했다는 한 직원은 "10일은 평소대로라면 월 급여가 지급되는 날이지만 본사가 이번 달 급여를 줄 수 없다고 했다"며 "실업급여를 받으려 해도 일한지 6개월이 안 돼 신청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나머지 200여곳에 달하는 가맹점은 지속 운영되고 있다. 관광상권인 서울 명동에 있는 총 7개 매장은 이날도 평소와 다름 없이 영업 중이었다. 이 중에는 오픈한지 3개월밖에 안 된 가맹점도 있다.
매장에 따라 마스크팩이나 색조 중에서 일부 품목이 텅 비어있는 곳도 있었지만 영업 자체가 어려울 정도는 아니다.
명동에 있는 한 스킨푸드 가맹점 점주는 "저희 매장은 명동 중심에 있다보니 물량을 원활히 공급받고 있어서 영업에 어려움은 없다"며 "본사 지침이 내려온 게 없어 딱히 드릴 말씀은 없지만, 경영난이 얼른 해결되기만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곳에 있는 가맹점들은 심각한 재고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본사가 대부분의 자금을 부채 상환에 쓰면서 물류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가맹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유통기한이 임박한 재고라도 받아서 팔거나 오픈마켓에서 사비로 물품을 사들여 판매하고 있다.
조윤호 스킨푸드 대표는 지난달 17일 가맹점주를 만나 최선을 다해 공급 차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004년에 설립된 스킨푸드는 '먹지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라는 광고 문구로 인기를 끌면서 2010년 화장품 브랜드숍 가운데 매출 순위 3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2014년부터는 4년 연속 영업적자를 내고 올 들어 협력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도 못하는 등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