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계약금 30%’ ML 수준으로 낮춘다면?
미국, 일본에 비해 과도하게 편중된 계약금
10% 수준으로 낮춰도 거품 걷어내는데 일조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수년째 논란 중인 FA 몸값 거품을 빼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앞서 KBO와 10개 구단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FA 시장의 과열 양상에 제동을 걸기 위해 관련 규정을 손질했고 이를 선수협의회에 통보했다.
KBO가 제시한 개선 사항은 크게 3가지다. △FA 상한제 도입(최대 80억 원, 계약금 30% 이내), △FA 취득 기간 단축, △FA 등급제 시행이다.
이에 선수협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선수협의 김선웅 사무총장은 "FA 계약총액 상한제는 제도를 오히려 개악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며,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구팬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리그 수준에 비해 선수들이 너무 많은 돈을 받는다는 비판이 꾸준히 이어졌고,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이 졸전을 거듭하자 결국 FA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여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지금의 FA 계약은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계약금을 과도하게 책정해 구단이 발표하는 연봉 수준을 크게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역대 최고액을 받고 있는 롯데 이대호는 지난해 4년간 150억 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계약금이 50억 원에 달하며 구단 측이 발표한 연봉은 25억 원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연평균 액수는 37억 5000만 원에 달한다.
80억 원 이상의 계약을 따낸 선수들 중 계약금 비중이 가장 높은 선수는 삼성 윤성환(4년 80억 원)이다. 윤성환은 계약금이 전체 액수의 절반이 넘는 48억 원에 달했고, 이로 인해 연봉 규모를 8억 원으로 낮출 수 있었다. 연평균 액수 20억 원에서 무려 12억 원이나 줄어든 셈이다.
사이닝 보너스로도 불리는 계약금은 말 그대로 계약한 선수(또는 에이전트)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건네주는 일회성 인센티브다. 물론 계약금의 규모가 얼마라고 정해져있지는 않다. 다만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스포츠에서는 계약금을 계약 총액과 비교했을 때 소폭으로 책정한다.
메이저리그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는 2014년 7년간 2억 15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이때 받은 계약금은 10%에도 못 미치는 1800만 달러였다.
타자 최고 연봉자인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도 마찬가지다. 2015년 에인절스와 6년간 1억 4450만 달러에 계약한 트라웃은 고작 3% 수준인 500만 달러의 사이닝 보너스가 책정됐다. 6년간 36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은 류현진의 계약금 규모(500만 달러, 13.8%)는 상당히 높은 축에 속한다.
30%가 아닌 10% 수준으로 낮출 경우 몸값 거품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만약 최고액인 이대호(4년 150억 원)에게 이를 대입한다면 이대호의 연봉은 25억 원에서 33억 7500만 원으로 크게 뛰어 오른다. 계약금 비중이 가장 높은 윤성환도 8억 원이 아닌 18억 원으로 껑충 뛴다.
그동안 구단들은 팀 내 다른 선수들과의 위화감을 없애기 위해 계약금을 과도하게 설정, 연봉을 낮춰 발표했다. 더불어 팬들의 불편한 시선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얕은 꾀에 선수들의 몸값은 비정상적으로 폭등했고 이를 한국 야구계가 어떻게 바로 잡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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