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남북정상회담] '깜짝등장' 즐기는 김정은…이유있는 쇼맨십
평양 순안공항 文대통령 내외 '깜짝 마중'
폐쇄적 이미지 쇄신…통치기반·협상력 강화 의도
평양 순안공항 文대통령 내외 '깜짝 마중'
폐쇄적 이미지 쇄신…통치기반·협상력 강화 의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에 방문한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순안공항에 '깜짝 마중'을 나오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오는 20일까지 진행될 회담 일정 동안 또다른 깜짝 쇼맨십·이벤트를 선보이면서 정상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고 남북화해 분위기를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비핵화 의지를 천명한 뒤 잇따라 깜짝 행보를 선보였다. 지난 4월 판문점에서 첫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잡아 군사분계선을 넘었고 '도보다리 회담'을 가지면서 남북 간 화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또 6월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개최 전날에는 숙소를 나와 깜짝 야간투어를 가졌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장인 카펠라호텔 일대를 산책하면서 '도보다리 회담'을 재연했다.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 당시에는 공연장에 깜짝 방문해 걸그룹 '레드벨벳'과 기념촬영을 가졌고 멤버들과 악수를 하기도 했다.
특유의 유머감각도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기념촬영을 가질 때 "악수만 가지고 박수를 받으니까 쑥스럽다"고 말한 뒤 취재진에게 "잘 연출됐습니까"라고 물어 장내에 웃음이 터졌다.
또 회담 모두발언에서 "어렵사리 평양에서 평양냉면을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가 "아, 멀다고 하면 안되갓구나"라는 자책을 덧붙여 자리에 있던 이들의 웃음을 유도했다. 지난 18일에는 문 대통령 내외를 국빈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 안내하면서 취재진을 향해 "왜 여기까지 들어올라하우"라고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폐쇄적이고 은둔적인 스타일의 지도자였던 아버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달리 쇼맨십에 능하다는 평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자신의 모습을 대외에 드러내는데 거리낌이 없고 현장 분위기를 주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당초 예정에 없었던 깜짝 행보를 단행하는 것은 이같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이는 북한 사회 최고지도자에 대한 폐쇄적·부정적인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대내외에 '정상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해 통치 정당성을 강화하고,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해 핵협상에서 협상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는 지난 5월 자신의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태영호 증언'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의 쇼맨십은 아버지(김정일)와 다르다"며 "사람의 시야에서 착각을 일으킬 수 있는데 능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북한 전문가는 "김 위원장은 집권 초기부터 잔혹한 숙청을 벌여 주민들 사이에서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후 인간적인 면모를 선전하는데 주력했다"며 "신비주의를 유지했던 김정일과 달리 개방적인 통치 스타일을 확립해 나가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이 연륜과 자질이 부족하다는 내부 우려를 희석시키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유례없는 3대 세습으로 27세의 젊은 나이에 최고지도자 자리에 올랐다. 현재 나이(34세)를 감안해도 세계 정상 중에서는 상당히 젊은 편에 속해 지도력 및 정권 장악력에 대한 우려가 잇따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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