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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꺼낸 '당리당략'이 회자되는 이유


입력 2018.09.16 01:00 수정 2018.09.16 07:18        이충재 기자

이례적 표현에 '설왕설래'…설득‧조율 없고 '피아구분'

"청와대에 오르면 국회가 당리당략으로 보인다" 지적

이례적 표현에 '설왕설래'…설득‧조율 없고 '피아구분'
"청와대에 오르면 국회가 당리당략으로 보인다" 지적

문재인 대통령이 9월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청와대

#1: "국회가 꼭 필요한 법안을 '당리당략'으로 묶어놓고 있습니다. 이렇게 민생법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것은 경제살리기에 역행하는 것입니다."(박근혜 전 대통령 2015년 6월 25일 국무회의)

#2: "국제적인 지지와 함께 국내에서도 초당적인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중차대한 민족사적 대의 앞에서 제발 '당리당략'을 거두어 주시기 바랍니다."(문재인 대통령 9월 11일 국무회의)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당리당략'은 지난주 정치권에서 회자된 키워드였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국회의 협조를 얻지 못해 답답해하는 절박한 심정이 담긴 표현이라는 해석이다. 4·27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된데 이어 국회의장단과 여야 대표단의 평양 초청도 불발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당리당략'을 공식석상에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야당을 압박할 때 자주 꺼내 쓴 단어다.

'당리당략'은 사전적 의미로는 '당의 이익과 당파의 계략'을 뜻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이 국회와 야당을 비판할 때 쓰는 '여권의 언어'로 통한다. 국회나 야당을 피아개념으로 접근한 섬뜩한 표현이기도 하다.

조급증이 만든 편협한 시각…"文스럽지 않다" 우려도

<세상을 바꾸는 언어>라는 책을 낸 '文의 복심'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문 대통령 언어의 특징을 "소통을 통한 공감"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진정성 있게 공감하는 언어를 쓴다는 설명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런 평가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다.

청와대에서 야당을 내려다본 '당리당략'은 문 대통령의 평소 발언톤과는 차이가 크다. 청와대 안팎에선 문 대통령에게 이질감을 느껴졌다는 얘기가 많았다. "문 대통령스럽지 않은 표현"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과제를 서둘러 완수해야 한다는 조급증이 읽힌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공식 석상이나 비공식 자리에서 구설수나 말로 인한 논란을 자초할 거리조차 없었다. 거침없는 화법으로 인기도 끌었고, 구설에도 올랐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선명하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文의장은 당리당략 대신 꽃할배 같은 신선한 선택

야권 한 중진인사는 "청와대에 오르면 국회가 당리당략으로 보이게 된다"고 했다. 또 "그렇게 편협한 시각에 갇히고 오만한 실수를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청와대는 국회의장단과 여야에 사전 조율 없이 '평양행 공개 초청장'부터 불쑥 꺼내는 자충수를 뒀다. 사태의 장본인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 대통령의 '당리당략'을 복창했다. 야당의 지적처럼 '예의'가 없기 보단 전략이 부족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조차 평양행 초청을 거부했다. 청와대는 "문 의장이 분명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여당 출신인 문 의장의 화답을 확신했었다. 그러나 문 의장은 당리당략에 따르기 보다는 입법부 수장의 자존심을 택했다. 덕분에 '꽃할배'같은 신선한 행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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