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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기대했는데"…의류업계 연내 재가동 희망고문에 '속앓이'


입력 2018.08.27 06:00 수정 2018.08.27 06:03        손현진 기자

남북관계 훈풍에도 개성공단 재개는 아직…입주 기업 불안감 커져

호재 기대감 높았던 의류업계…"설비 점검 위한 방북이라도"

최근 개성공단 재개 논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의류업계의 조바심이 커지고 있다. 개성공단 전경. ⓒ데일리안DB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개성공단 재개 논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의류업계의 조바심이 커지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2년 넘게 멈춰있는 공장을 연내 재가동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올해 남은 시일이 충분치 않아 연내 가동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비상총회를 열었다. 개성공단기업 대표들이 요청한 방북을 정부가 지난달 또 한 번 유보한 것에 대해 향후 대응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개성공단 기업들은 2016년 2월 내쫓기듯 공장에서 철수했고, 이들이 시설물 점검을 위해 요청한 방북 신청은 2년 6개월간 총 여섯차례 유보됐다. 이 중 절반은 현 정부의 결정이다.

특히 올해 연달아 개최된 남북·북미 정상회담에서 남북 경협이 키워드로 떠올라 의류업계에서는 개성공단도 곧 재가동되리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업계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 125개 중에서 패션과 섬유 등 의류 관련 업체가 전체의 6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주요 패션기업으로는 남성복 브랜드 지이크 등을 보유한 '신원'과 이너웨어 전문 '좋은사람들', 아웃도어 브랜드 'K2코리아', 여성복 조이너스를 운영하는 '인디에프' 등이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가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공단에 다시 들어갈지 설문한 결과 응답 기업 101곳 중 95%가 재입주 의사를 밝혔고, 이 중 4분의 1은 당장이라도 입주하고 싶다는 입장을 보였다.

개성공단 재가동이 입주기업을 넘어 노동집약적인 의류분야 전반의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도 이어졌다.

패션의류산업 남북경협추진위원회와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지난달 '신 남북경협 추진을 위한 패션의류업계 대응 포럼'을 열고, 업계 관계자 300여명과 함께 남북 패션의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은 이 자리에서 "남북 경협이 이뤄지면 제일 먼저 높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는 분야로 많은 분들이 패션봉제산업을 꼽고 있다"며 "이런 패션의류업계 남북 경협에 남다르게 준비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패션의류산업 남북경협추진위를 이끄는 위원장을 맡고 있다. 패션그룹형지는 입주 기업은 아니지만 자회사 형지엘리트의 물량을 개성공단 협력업체로부터 조달받은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국책기관 연구에 따르면 향후 30년 간 남북 경협에 따른 효과는 최소 17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철도연결과 일부 지하자원 개발사업을 더한 효과"라며 개성공단 재가동 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발언은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오히려 희망고문이 되고 있다. 올해 두 차례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된 데다,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설치와 이산가족 상봉까지 이뤄진 것과 달리 경협의 핵심인 개성공단 재가동 논의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경영난에 시달린 입주 기업들이 있는 만큼 정부가 구체적인 대안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2004년 국내 패션업체 중 최초로 개성공단에 입주한 신원은 개성공단 철수 영향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4.4% 감소해 9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한 입주 기업 관계자는 "개성공단이 연내 재개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8월인 지금까지도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내려오지 않고 있다"며 "공장을 재가동하기에 앞서 설비를 개보수하는 시간도 상당히 걸릴텐데 시설물을 점검하기 위한 방북 신청부터 거듭 유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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