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뒷백'에 목소리 키우는北…꼬이는 南중재외교
北노동신문 “중·러 비롯해 국제사회가 대북제재 철회 요구”
패권경쟁 구도 표면화…비핵화 고착, 코리아패싱 위험
미국이 지속적인 대북제재를 강조하는 가운데 북한은 중국·러시아의 ‘후원’을 등에 업고 제재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주변국들의 패권경쟁 구도가 표면화 되면서 우리 정부의 중재외교는 수렁에 빠진 모양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일 논평에서 “미국은 열성껏 풍구질하며 연출하고 있는 제재소동이 무엇 때문에 세인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가를 깨달을 필요가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과 유엔에서 대조선제재를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제재 완화를 꾀하는 분위기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3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외교장관 회의 차 싱가포르를 방문해 “비핵화 진전에 따라서 대북제재도 당연히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완전한 비핵화 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러시아도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북한 노동자 1만명을 신규 고용하는 등 대북 물밑 지원을 벌이고 있다, 이에 니키 헤일리 미국 유엔대사는 지난 3일 "말로는 제재를 지지하면서 행동은 지키지 않는다"며 러시아를 정면 비판했다.
외교가는 순탄하게 풀리는 듯한 북미 핵협상에 제동이 걸리면서 주변국들이 중국에 대북 압박을 애걸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비판한다. 중국이 의도적으로 비핵화를 지연시켜 패권 대결을 벌이는 미국에 대해 우위를 점했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 항공기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달아 오가는 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방러설까지 흘러나오면서 북·중·러 연대가 더 끈끈해지고 한반도 비핵화 돌발변수는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우리 정부는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쪽의 편을 드는 듯한 행보는 다른 한편의 강한 외교적 불만으로 직결될 수 있는 탓이다. 양대 진영 간 의견차가 커질수록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중재안 마련도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중·러를 등에 업고 협상력을 강화한 북한이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만 제거하는 불완전한 비핵화 합의를 요구하고, 미국이 이에 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변국들이 한국의 이익과 안위를 고려하지 않고 행동하는 ‘코리안패싱’이 현실화 되는 셈이다.
북미 양측 정상은 불완전한 핵합의로 손쉽게 명분과 실리를 챙기고 주변국들과의 갈등을 불식시키는 한편, 한국은 북한의 잠재된 핵 위협에 계속 노출되면서 안보 불확실성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한국은 북한의 핵무기를 ‘체제 안정보장’ 이라는 수세적인 이유로 개발했다고만 인식한다”며 “핵을 공세적인 의도로 개발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독자적이고 선제적인 대비태세에 나서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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