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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파격 세일' ABC마트…판매 후 교환·환불 요청은 '묵묵부답'


입력 2018.08.03 06:00 수정 2018.08.03 06:08        손현진 기자

판매량 늘리는 데 급급, 사후 관리는 부실..'반값 세일'에 지갑 연 고객들 분통

O2O 서비스 늘리는 등 판매량 확대…반복되는 서비스 문제 개선은 뒷전

신발 편집숍 'ABC마트'가 한 달에 한 번꼴로 파격 세일 행사를 열면서 판매량을 확대하고 있지만, 교환·환불이나 고객센터 상담 등 사후 서비스 관리는 뒷전에 둔 모습을 보이고 있다. ABC마트 홈페이지 공지문. ⓒABC마트

# 수도권에 사는 20대 여성 김모 씨는 얼마 전 '최대 50% 할인'을 내건 ABC마트 온라인몰에서 평소 눈여겨 보던 샌들을 저렴하게 샀다. 하지만 기뻤던 마음도 잠시, 오히려 골칫거리가 늘었다. 새로 산 제품이 막상 마음에 들지 않아 반품했으나 환불 처리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서다. 고객센터에 글을 남겼지만 10일이 넘도록 답변이 없는 상태다. 김 씨는 "상담원 연결은커녕 전화번호를 남겨도 연락이 오지 않고 있다"며 "세일 행사로 업무량이 늘어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10일이 넘게 아무 소식이 없는 건 해도 너무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신발 편집숍 'ABC마트'는 최근 한 달에 한 번꼴로 파격 세일 행사를 열면서 판매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판매 후에는 교환·환불이나 고객센터 상담 등 사후 서비스 관리는 뒷짐을 진 행태를 보이면서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ABC마트가 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팔고 난 이후에는 나몰라라 하는 식으로 대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ABC마트가 한국에서 번 수익 대부분을 한국 시장에 재투자하는 대신 일본 본사로 가져간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한국 소비자는 봉'이라는 원성도 나오고 있다.

이에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ABC마트가 국내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매년 증가하는 만큼 사후 서비스도 국내 소비자 눈높이에 맞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3일 ABC마트는 홈페이지 공지글을 통해 "현재 ABC마트 주문 폭주로 고객센터 문의가 급증해 전화 연결이 어렵다"며 "질문과 답변은 게시판을 이용해주면 확인 즉시 빠른 답변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ABC마트는 교환과 반품 역시 물량이 급증하면서 처리가 지연되고 있지만, 주문 및 배송은 평소와 다름 없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내용만 보면 일부 서비스가 일시적으로 차질을 빚고 있는 걸로 보일 수 있다. 현재 ABC마트는 할인율이 높은 '폭염 세일'을 진행하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여름 샌들 등 인기 제품 수요가 높아지는 시즌에 맞춰 마련된 이번 행사는 전 품목을 최대 50% 세일하고 있다.

그러나 상담원 연결 지연 등의 문제는 비단 세일기간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세일 행사가 진행되기 이전인 지난달 초에도 ABC마트의 배송 및 고객센터 연결 지연에 따른 불만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언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및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ABC마트 관련 글. ⓒ데일리안

제품 교환을 받으려면 매장에 직접 방문해도 되지만, 사이즈 교환에 한해서 가능할 뿐 다른 색상이나 품목으로 바꾸려면 반품한 뒤 재주문하는 수밖에 없다.

ABC마트는 타 편집숍에 비해 물량을 대량으로 공급받는 대신 제품을 싸게 판매하는 전략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춰왔다. 이 때문에 판매량을 늘릴 수 있는 전략에도 공을 들였다.

핵심은 모바일 고객 증가에 따라 온·오프라인 판매를 연계하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였다. 2015년부터 '스마트 슈즈 카트'와 편의점·매장 픽업 서비스 등이 도입됐다.

스마트 슈즈 카트는 온라인 판매를 오프라인 재고와 연동해 품절 사태를 최대한 줄이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편의점·매장 픽업 서비스는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한 뒤 편의점과 매장에서 물건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두 전략 모두 핵심은 판매 및 매출 활성화에 있다. 할인율이 최대 50%에 달하는 세일 행사도 최소 한 달에 한 번씩 개최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호응으로 ABC마트의 연매출은 2015년 3976억원, 2016년 4334억원, 지난해 4747억원 등으로 지속 성장했고, 매장 수도 2003년 10개에서 현재는 약 230개로 늘었다. 반면 레스모아, 슈마커, 폴더 등 토종 브랜드들의 연매출은 1000억원대에 머물러 격차가 큰 상황이다.

매출이 늘면서 본사가 가져가는 수익도 증가하고 있다. ABC마트는 2002년 일본 본사가 51% 지분을 보유한 한일 합작사로 국내에 론칭했지만, 본사 지분이 점차 늘면서 현재 기준으로 99.96%에 달한다.

2010년부터는 상표권 이용 등 명목으로 본사에 로열티도 지급하고 있다. 본사에 송금한 로열티 액수는 2010년 25억4303만원에서 매년 증가해 지난해는 77억3699만원에 이른다.

이에 유통업계에서는 ABC마트가 국내 시장에서 수익을 늘리는 데만 급급할 게 아니라 물류 시스템과 사후 서비스도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교환·환불 등을 제때 받는 것도 소비자가 보장 받아야 할 권리에 해당한다"며 "관련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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