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은행 이익 쏠림' 더 커진 금융지주…사업 다각화 '공염불'


입력 2018.07.30 06:00 수정 2018.07.30 06:06        부광우 기자

올해 상반기 3대 금융지주 순익 중 은행이 74.8% 차지

지난해보다 4.0%P 확대…말뿐인 "비은행 강화" 언제쯤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 등 국내 3대 금융지주사 소속 계열사들의 올해 상반기 총 당기순이익 5조1207억원 가운데 은행이 차지한 비율은 74.8%(3조8285억원)로 집계됐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의 이익 구조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들어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 전체 순이익에서 은행이 벌어들이는 돈이 4분의 3에 육박하면서 보험이나 증권, 카드 등 비(非)은행 계열사들의 설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금융지주 수장들이 해마다 고정 레퍼토리처럼 외치고 있는 사업 다각화 다짐은 여전히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 등 국내 3대 금융지주사 소속 계열사들의 총 당기순이익 5조1207억원 가운데 은행이 차지한 비율은 74.8%(3조8285억원)로 집계됐다.

특별한 변수 없이 하반기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금융지주들의 은행 순이익 의존도는 지난해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조사 대상 금융지주에 속한 계열사들이 거둔 당기순이익 8조4801억원 중 은행의 점유율은 70.8%(6조68억원)로, 올해 상반기는 이보다 4.0%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금융지주의 은행 이익 쏠림 심화는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3년여 전인 2015년 3대 금융지주사 계열사들의 전체 당기순이익(5조2256억원) 가운데 은행에서 발생한 부분은 58.5%(3조583억원) 정도였다. 그러다 2016년에는 65.8%(5조5240억원 중 4조24936억원)로 커지더니 지난해에서는 마침내 70%를 넘어섰고, 올해 들어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금융지주별로 보면 올해 상반기 1조9152억원으로 제일 많은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KB금융은 이중 70.7%(1조3533억원)가 KB국민은행의 몫이었다. 지난해 3조3440억원의 당기순이익에서 국민은행이 65.0%(2조1750억원)를 담당했던 것과 비교하면 4.7%포인트 상승했다.

신한금융은 올해 상반기 계열사 당기순이익 총합(1조9017억원) 가운데 67.4%인 1조2819억원이 신한은행과 제주은행 등 은행들로부터 나왔다. 이 같은 신한금융의 은행 순이익 의존 정도 역시 1년 전에 비해 11.4%포인트 확대된 것이다. 지난해 신한은행과 제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7283억원으로 신한금융 계열사 총 당기순이익(3조993억원) 대비 55.8% 수준이었다.

하나금융의 경우 올해 상반기 총 당기순이익에서 KEB하나은행이 홀로 91.5%를 차지하며 3대 금융지주 중 은행으로의 순이익 쏠림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금융지주 전체보다 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이 더 커지며 은행 이익 의존도가 103.3%에 달했던 지난해보다는 11.8%포인트 완화된 수치다.

이처럼 금융지주 실적에서 은행들의 영역이 계속 넓어지는 이유는 이자 장사에서 남는 돈이 많아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국민·신한·하나은행의 올해 상반기 이자이익은 총 8조2637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3534억원) 대비 12.4%(9103억원)나 늘었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보면 그 만큼 비은행 계열사들이 발맞춰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금융권 내 비은행 부분의 핵심인 보험과 증권업계에서 이들 금융지주 소속 계열사들이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는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카드업계에서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가 수위권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정도다.

이 때문에 금융지주 회장들은 끊임없이 비은행 계열사에 대한 지원과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도 수차례 보험 등 사업 역량이 떨어지는 분야에서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도리어 은행을 중심으로 한 사업 구도가 더욱 공고해지면서 각 금융지주 리더들의 외침은 무색해진 현실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지주들이 좀 더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 속도를 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 금융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은행 대출 사업에 지나치게 수익을 의존하고 있는 국내 금융지주들의 사업 구조부터 깨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제는 이익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현실화하기 위해 대형 금융지주들이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