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힐스테이트?...현대엔지니어링, 가는 곳마다 고분양가 논란
부천에 7억원 넘는 고가 아파트 첫 등장…“주변 시세 자극, 집값 상승 가능성 높아”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브랜드명 사용 후…브랜드 가치와 함께 분양가도 상승?
최근 현대엔지니어링이 분양하는 ‘힐스테이트’가 단지마다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이면서 지역 아파트 시세를 자극하고 있다.
일부는 주변 시세와 비교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지만, 좋은 입지와 브랜드 인지도를 내세워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를 두고 가격 상승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함께 인근 지역의 가격 거품을 주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용 84㎡ 7억4020만원…“주변 아파트 2채 살 가격”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이 경기도 부천시 중동 1154번지 일원에 분양하는 ‘힐스테이트 중동’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1820만원으로 전날 1순위 청약을 받았다.
평균 분양가가 3.3㎡당 2000만원을 넘어설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다소 분양가가 낮아지면서 특별공급에 이어 1순위 청약에도 수요자들이 몰렸다.
이날 진행된 ‘힐스테이트 중동’의 1순위 청약 결과, 615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1596명이 접수하며 평균 18.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84㎡A타입은 129가구 모집에 4480명이 접수하며 34.7대 1의 최고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예상 보다 낮아진 금액이지만, 앞서 지난해 분양된 ‘부천 중동 센트럴파크 푸르지오’와 비교하면 무려 3.3㎡ 당 200만원이 비싸다. 이에 1순위 마감된 청약 열기가 정당 계약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전용면적별·타입별로 살펴보면 ▲84㎡A 5억8790만~6억6790만원 ▲84㎡B 5억7050만~6억5050만원 ▲84㎡C 5억9070만~7억2110만원 ▲84㎡D 6억2340만~7억4020만원 ▲104㎡A 8억14010만~8억9410만원 ▲104㎡B 7억5610만~8억5610만원 ▲104㎡C 8억2350만~8억3700만원 ▲137㎡P 15억7480만원 ▲141㎡P 14억7180만~15억5880만원 등으로 분양가가 책정됐다.
주력형인 전용 84㎡ 기준으로 보면 주변 분양가에 비해서도 무려 1억원 이상 높다. 조망권에 따라 타입 별로 가격차이가 나기 때문에 부천중앙공원 등의 외부 조망이 가능한 84㎡C·D 타입의 경우 부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7억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다. 여기에 발코니 확장비까지 고려하면 8억원 가까이 금액이 늘어난다.
인근 ‘부천 중동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전용 84㎡의 분양가가 4억8100만~6억691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가격차는 크게 난다. 또 입주한지 2년이 채 안된 ‘래미안 부천 중동’ 전용 84㎡의 시세가 현재 5억6000만~5억8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부천 중동 센트럴파크 푸르지오’의 분양가가 터무니없이 높다는 수요자들의 지적이 이해가 간다.
부천에 사는 정모씨는 “부천 아파트 가격이 7억원 대라는 게 놀랍다. 앞서 분양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프리미엄(웃돈)에 향후 있을 힐스테이트 웃돈까지 모두 분양가에 포함된 것 같다”며 “정부가 분양가를 제한하고 있다는데 대체 고분양가에 대한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허탈해 했다.
높은 분양가 책정으로 부천 일대 집값이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부천 중동의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입지 장점이 부각되면서 분양가 압박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현재 오래되긴 했지만 인근에 거래되고 있는 기존 아파트들의 경우 전용 84㎡가 3억원에서 3억7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을 보면 ‘힐스테이트 중동’ 가격은 기존 아파트 2채를 살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높은 분양가에도 지하철 역세권에 부천 중심가라는 좋은 입지로 시세 차익을 거둘 수는 있겠으나, 문제는 또 그만큼 주변 집값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지하철 7호선 부천시청역 초역세권 단지로 인근에 위치한 부천 종합터미널을 통해 서울과 경기도 주요 지역으로 이동이 편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학군 수요를 잡을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단지 내 초등학교가 있는 곳을 선호하는데 ‘힐스테이트 중동’은 인근에 있는 계남초등학교 등과의 통학 거리를 보면 생각보다 거리가 있는데다 찻길을 두 번이나 건너야하는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HUG, “고분양가 관리지역 아냐...제동할 방법 없어”
현대엔지니어링의 고분양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현대엔지니어링이 대구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범어’는 3.3㎡당 평균 분양가 2058만원을 제시하며 대구 최초로 분양가 200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고분양가 논란에 대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관계자는 “힐스테이트 중동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130% 높아 그 기준으로 보면 분양가가 높은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부천시가 고분양가 관리지역이 아니라서 고분양가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HUG 역시 인근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상황이다.
다음날 그는 “힐스테이트 중동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130% 높은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110% 규정이 맞았다”며 기준을 번복했다.
전날 “고분양가 제한 지역이 아닐 경우에 HUG에서 분양가를 컨트롤 할 수 없고, 대신 건설사가 제시한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을 땐 지자체에서 막는다. 부천시에서 주변시세 130% 정도는 변동폭 안에 있는 걸로 판단 한 것 같다”는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답변이다.
그는 “힐스테이트 범어가 분양한 대구 수성구의 경우에는 지난 4월 고분양가 관리 지역으로 새로 선정되긴 했으나, 당시 주변 시세가 워낙 급등해 있는 상황이라 110% 규정에 맞췄는데도 2000만원을 첫 돌파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HUG는 현재 ▲사업장의 평균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 평균 분양가 또는 평균 매매가의 110%를 초과하는 경우 ▲당해 사업장의 평균 분양가 또는 최고 분양가가 해당 지역에서 최근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의 최고 평균 분양가 또는 최고 분양가를 초과하는 경우 등의 기준으로 고분양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HUG의 모호한 기준도 문제지만 비 관리 지역에서의 배짱 분양은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관리지역 편입 여부, ‘인근 아파트’라는 모호한 기준 등을 교묘하게 피해 일부 건설사들이 높은 가격으로 분양할 경우 기존 아파트 시세가 덩달아 뛸 수밖에 없다.
이는 현정부의 집값 안정화라는 기조에도 반하기 때문에 지역 전체가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비정상적인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지역에 대한 모니터링이 강화된 상황에서 터무니없는 부동산 가격 급등은 향후 지역 부동산 시장에 규제가 적용될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힐스테이트 브랜드사용료, 올 현재만 59억2000만원
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라는 브랜드명을 함께 사용하면서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서 분양가도 함께 올렸다고 평가한다.
업계 전문가는 “주택 마감 표준은 같아 차이는 없겠지만 시공 수준이나 마감, 품질관리는 건설사마다 다를 수 있다”며 “‘힐스테이트’라는 무늬만 같을 뿐 내부는 전혀 다른 시공사가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힐스테이트’하면 현대건설이 짓는다고 생각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이 브랜드 사용료를 내고 있을 뿐 결국 ‘힐스테이트’ 브랜드 가치에 ‘무임승차’ 한 격 아니겠냐"며 “높은 브랜드 사용료가 수요자에게 전가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5년 전만해도 합병 이전 현대엠코로 ‘엠코타운’이라는 브랜드명을 사용했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4월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하면서 ‘엠코타운’ 브랜드 사용을 중지하고, 같은 해 7월 현대건설과 함께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사용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브랜드에 대해 매년 사용료를 내고 있다. 분양가구 수가 늘면서 브랜드 사용료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47억9000만원이었던 ‘힐스테이트’ 브랜드 사용료는 올해 23.7% 증가한 59억2400만원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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