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빼면 남는 게 없어요”…계륵 된 편의점 심야영업 사라질까
주간에 비해 매출은 적고 인건비는 1.5배…지원금 때문에 포기도 쉽지 않아
정부‧점주들 수수료 인하 요구, 가맹본사 ‘심야영업 자율화’ 카드 꺼내들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심야영업을 포기하는 점주들이 늘고 있다. 심야시간 대의 경우 주간 근로자에 비해 시급 부담은 더 크지만 유흥가나 일부 주택가 매장을 제외하면 인건비도 건지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정부와 가맹점주들로부터 수수료 인하 요구 압박을 받고 있는 가맹본사도 수수료 인하 대신 심야영업 자율화를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밤에 문을 닫는 편의점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편의점 심야영업 중단 요건이 완화됐다. 이전까지는 지난 6개월 간 편의점 운영비가 매출보다 많을 경우 심야영업 중단을 요청할 수 있었지만 개정안 시행으로 3개월로 기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편의점 점주는 가맹본사와 계약을 맺을 때 심야영업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본사에서는 다른 소매점과의 가장 큰 차별점인 24시간 영업을 유지하기 위해 심야영업을 선택하는 점주들을 대상으로 전기료나 지원금 등을 통해 24시간 영업을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야간 근로자 고용에 부담을 느낀 점주들이 24시간 영업 중단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 역사나 건물 등에 입점해 24시간 영업이 어려운 특수점포를 포함해 심야영업을 하지 않는 점포는 전체의 10~20% 수준이다. 이중 영업 손실을 이유로 심야영업 중단을 요청하는 점주들의 비율은 5% 이내로 아직까지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렇지만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두 자릿수에 달하면서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심야영업 중단을 요청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노원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오모씨는 “요즘은 여름철 성수기다 보니 심야에 주류나 안주, 담배에서 매출이 나오고 있지만 평소에는 인건비를 빼면 남는 게 없다”며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할 수는 없지 않나. 다만 심야영업을 중단하면 본사 지원이 줄어들기 때문에 휴가철이 지나고 나서 꼼꼼하게 따져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심야영업 시간대에는 점주 보다 아르바이트 등 근로자를 고용해 점포를 운영하는 곳이 많고, 주간 근로자에 비해 시급도 1.5배 더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더 크다는 게 점주들의 주장이다.
이 같은 이유로 국내 주요 편의점 4개사의 가맹점주들로 구성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오후 10시 이후 심야에 제품 가격을 5% 올려 받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그동안 24시간 영업을 장려했던 가맹본사에서도 ‘심야영업 자율화’로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가맹본사가 심야영업 자율화까지 검토하게 된 것은 정부와 점주들의 수수료 인하 요구 압박 때문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된 이후 가맹점주 등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기업들의 갑질과 횡포를 소상공인들이 고통을 겪는 원인으로 지목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기업에 전가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아울러 편의점 가맹본사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시작되는 등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가맹본사에서도 점주들과 고통을 분담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점주들은 수수료 인하와 근접 출점 제한을 요구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수수료 인하만큼은 양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미 영업이익률이 2~3%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수익성이 더 악화될 경우 신규 점포 출점 등 재투자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점주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방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심야영업 자율화다. 현재는 이전 3개월 간 손실을 증명해야 심야영업 중단을 요청할 수 있지만 이를 완전 자율화해 점주들의 선택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24시간 운영은 편의점의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로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도 “점주들과의 상생을 위해 뭔가 대책을 내놔야 하는데 근접 출점 제한이나 심야영업 자율화가 그나마 실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편의점 심야영업이 자율화 되면 아르바이트 등 일자리 감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 근로자 수를 줄이고 직접 운영에 나서는 점주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심야영업까지 줄어들 경우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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