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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손보 맏형의 구겨진 체면…배타적사용권 나란히 불발


입력 2018.07.23 06:00 수정 2018.07.23 16:00        부광우 기자

독창성서 인정 기준 미치지 못한 듯…삼성생명·삼성화재 고배

인정 기준 높아지나…"명분 무색케 하는 남발 멈춰야" 지적도

보험업계의 특허권으로 불리는 배타적사용권 획득에 나섰던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최근 나란히 고배를 마셨다.ⓒ데일리안

보험업계의 특허권으로 불리는 배타적사용권 획득에 나섰던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최근 나란히 고배를 마셨다. 기대했던 것보다 독창성이 떨어진 탓으로 해석되는 가운데 올해 생명·손해보험업계에서 배타적사용권에 도전한 보험사들 중 각각 유일하게 탈락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처럼 국내 최대 생·손보사인 삼성생명와 삼성화재가 다소 체면을 구기게 되면서 향후 배타적사용권 인정 기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반면, 특허권이라는 명분에 걸맞지 않는 배타적사용권 남발을 이제라도 멈춰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3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이번 달 초 열린 신상품심의위원회에서 삼성생명 '종합건강보험(무배당) 일당백' 상품에 대한 배타적사용권 신청이 기각됐다.

배타적사용권은 생보·손보협회가 특정 보험 상품에 부여하는 일종의 특허권이다. 이를 받은 보험사는 일정 기간 동안 해당 보장에 대해 독점적인 상품 판매 권리를 갖게 되고 다른 보험사들은 그 동안 이와 유사한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그런데 이번에 생보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가 배타적사용권을 내주지 않으면서 삼성생명은 종합건강보험(무배당) 일당백에 담긴 보장에 대한 독점 판매권을 얻는데 실패하게 됐다.

삼성생명은 해당 상품에 체질량지수(BMI)와 흡연유무 고지를 통해 고지우량체 할인을 도입한 점과 이에 따라 개발된 우량체위험률 12종 등이 보험업계 최초라며 배타적사용권을 요청한 상태였다. 특히 지정병원을 방문해 진단을 받거나 건강검진 서류를 제출할 필요 없이 건강상태 고지만으로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해 소비자 편의성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종합건강보험(무배당) 일당백은 독창성 부분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끝내 배타적사용권을 얻는데 실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다른 보험사의 건강보험에 우량체할인 방식이 일부 운영되고 있고, 고지 방식으로 이 같은 혜택을 제공하는 곳도 일부 있어서다.

독창성은 배타적사용권 발급 여부를 결정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보험사의 배타적사용권 신청에 대해 신상품심의위원회는 ▲독창성 40점 ▲유용성 30점 ▲진보성 20점 ▲준법성 및 노력도 10점을 기준으로 점수를 책정한 뒤, 각 위원들의 평가에서 평균 80점 이상이 나오면 배타적사용권을 내주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삼성그룹 계열 보험사인 삼성화재 역시 배타적사용권 획득에 나섰다가 이를 절반만 인정받으며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게 됐다. 더욱이 삼성화재의 경우 3년여 만에 시도한 배타적사용권 도전이었다는 점에서 뒷맛이 개운치 않게 됐다. 지난해만 해도 손보협회에 13건에 이르는 배타적사용권 신청이 접수되는 등 다른 손보사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삼성화재는 2015년 하반기를 마지막으로 독점 사용권 획득에 나서지 않아 왔다.

손보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는 같은 달 초 열린 회의에서 삼성화재가 '간병보험 새시대 간병파트너' 상품에 담긴 10대 난치성질환 진단비 보장에 대해 요구한 배타적사용권 요청을 기각했다. 보험업계는 이 역시 독창성 평가가 걸림돌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7대 난치성질환을 보장하는 상품이 나와 있는 만큼 몇 가지 추가 질환에 대한 보장을 근거로 배타적사용권을 내주기에는 무리가 있었을 것이란 평가다.

다만 손보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는 동일한 간병보험에 담긴 두 번째 장기요양지원금 보장에 대해서는 6개월 간의 배타적사용권을 부여했다. 삼성화재는 10대 난치성질환 진단비과 더불어 해당 항목 등 같은 상품에 들어 있는 두 가지 보장에 각각 별도의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한 상태였다. 두 번째 장기요양지원금 보장은 상품 가입자에게 2회에 걸친 요양비 지급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까지 국내 보험사들이 내놓은 간병보험들은 장기요양등급 판정 시 최초 1회에 한해서만 보상금을 지급해 왔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이 같은 독점 사용권 획득 실패에 또 다른 관점에서 눈길이 쏠리는 이유는 올해 생보·손보협회가 접수한 배타적사용권 신청 건들 중 유일한 기각 사례이기 때문이다. 생보협회는 이번 달까지 4건의 배타적사용권 요청을 받았고 이번 삼성생명을 제외한 나머지 3건은 모두 신청을 받아들였다. 손보협회 역시 올해 들어 5개 손보사로부터 접수한 8개 보장의 배타적사용권 요구 중 이를 거부한 것은 이번 삼성화재 건이 유일하다.

이 같이 국내 생보업계과 손보업계에서 각각 선두를 고수하고 있는 두 대형 보험사가 탈락의 쓴맛을 본 것을 두고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앞으로 배타적사용권 확보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그 동안 배타적사용권이 너무 남발돼 온 것이 사실이라며 그 의미를 되찾을 수 있도록 좀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생보협회와 손보협회가 보험사들에게 내준 배타적사용권은 총 39건에 이른다. 매달 3건이 넘는 독점권이 보험업계에 생겨났던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배타적사용권을 받는 보험 보장 내용들 가운데 정말 남다른 아이디어라고 여겨지는 것들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이 때문에 배타적사용권이 사실상 보험사 마케팅용 카드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만큼, 앞으로는 보험사의 특허권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수준의 배타적사용권 인증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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