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대안'이라는 국산 1호 생리컵…불매운동으로 홍역
'유해 생리대' 대안으로 급부상한 생리컵…국산 1호 등장했는데 결과는 '불매운동'
가격·동물실험 잇따라 입방아…회사 측 해명에도 소비자 반응은 '싸늘'
지난해 국내 일회용 생리대가 인체 유해성 논란에 휩싸인 이후 면생리대·생리컵 등 대체 위생용품이 주목 받는 가운데, 최근 등장한 '국내 최초 생리컵'이 출시 1~2주만에 불매운동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 13일 롯데마트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약외품으로 국내 최초 허가 받은 '위드컵' 2종을 롯데마트 전 점포와 온라인몰에서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 제품 가격은 S·L 사이즈 모두 3만9000원으로, 해외직구 상품 대비 저렴하고 배송기간에 대한 부담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호철 롯데마트 홈퍼스널케어 팀장은 "일회용 생리대의 대체품인 생리컵을 해외직구 상품 대비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인다"며 "가까운 롯데마트나 롯데마트몰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어 고객들의 해외 배송비와 배송기간에 대한 부담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해당 제품은 롯데마트뿐 아니라 GS리테일의 H&B스토어 '랄라블라'에도 입점했다. GS리테일은 GS25 편의점 10개 매장과 GS수퍼마켓 56개 매장 등 생리컵 판매 매장을 확대해 가고 있다.
생리컵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알려진 것은 지난해 '유해 생리대' 논란이 불거지면서부터다. 지난해 한 시민단체가 시중 생리대에서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이 검출됐다고 지적하면서 유해성 논란에 불이 붙었다.
식약처 조사 결과 안전성 문제가 확인된 제품은 없었지만, 화학물질에 대한 불안감은 잦아들지 않아 유기농 생리대나 생리컵 등 일회용 대체 상품의 수요가 급증했다.
생리컵은 인체에 직접 삽입해 생리혈을 받아내는 여성용품으로 제작 과정에서 흡수체나 접착제가 쓰이지 않는다.
식약처는 증가하는 수요에 따라 지난해 12월 미국 펨캡사의 생리컵 '페미사이클'의 국내 시판을 허용했고, 지난 5월에는 국내 기업 '엔티온'의 위드컵도 시판 허가하면서 국산 1호 생리컵이 탄생했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격의 합리성이나 품질, 동물실험을 통한 안전성 검사 등 여러 논란이 제기되면서 급기야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불매운동으로 번진 상황이다.
우선 이 제품은 해외 사이트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직구'보다 더 저렴하다고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가격 이점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27일 기준 미국 전자상거래 사이트 '아마존'에서 판매 중인 생리컵은 1~2만원대 제품이 많아 배송비를 추가해도 위드컵보다 저렴하거나 비슷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위드컵 판매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동물실험이 이뤄졌다는 사실도 입방아에 올랐다. 인체에 안전한지 검증하려는 목적이더라도 생명윤리에는 어긋난다는 이유다.
엔티온 측은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을 통해 "식약처 허가를 받으려면 안전성 검사가 필수적인데 독성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동물실험이 시행돼야 한다"며 "참고로 동물실험은 완제품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 검액을 제조한 뒤 미량 투여해 생물학적 반응이나 자극성 여부를 시험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반적으로 생리컵 사용기간이 5년에서 10년 이하가 많고, 제품에 따라 반영구로 쓸 수 있는 데 비해 위드컵은 사용 권장기간이 2년밖에 되지 않아 내구성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의문도 있다. 회사 측은 식약처의 안전성 시험기준에 따른 권장 사용기간이 24개월로 고지된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대표 4명이 모두 남성인 회사에서 만든 제품을 어떻게 믿고 살 수 있겠냐는 의견도 잇따른다. 생리컵은 몸 안에 딱 맞게 착용되고 불편하지 않아야 쓸 수 있는데, 대표진에 여성 한 명 없는 회사가 다양한 신체에 별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을 것이라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자신을 20대 여성이라고 밝힌 한 소비자는 "많은 후기를 찾아보고 구매한 해외 상품도 막상 써보니 안 맞은 적이 있었는데 위드컵은 직접 써 본 사람들의 후기나 추천을 찾아보기 힘들어 구매하기 꺼려진다"며 "여성이 대표로 있는 기업에서 제품을 출시할 때까지 기다려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위드컵을 유통하는 업체 측은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의해 문제가 확인되지 않은 이상 매대에서 철수하는 것은 현재로선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