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6000명 이탈…생보 설계사 '먹구름'
IFRS17 시행 앞두고 생보사들 '긴축'
노동 3권 보장 정책도 일자리에 부담
국내 생명보험사에 소속된 설계사가 1년 새 6000명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의 재무 부담을 키우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생보사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선 여파로 해석된다. 더욱이 정부가 보험설계사가 포함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노동 3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설계사들의 앞날은 더욱 불투명해지는 분위기다.
10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국내 24개 생보사에 등록된 설계사는 12만455명으로 전년 동기(12만6517명) 대비 4.8%(6062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 생보사들 중 이 기간 설계사가 줄어든 곳이 13개사로 절반 이상이었다. 반면 등록 설계사가 늘어난 곳은 8개사에 그쳤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과 IBK연금,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등 3개 생보사는 설계사 조직을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생보사별로 보면 신한생명 소속 설계사 수가 가장 많이(2014명) 감소했다. 이어 KDB생명(1532명)과 한화생명(1499명), 현대라이프생명(1176명) 등의 설계사가 1000명 이상 줄며 감소폭이 큰 편이었다.
반면 눈에 띄게 설계사 조직을 늘린 생보사는 삼성생명 정도였다. 삼성생명 소속 설계사 수는 3만5255명에서 3만7904명으로 2649명 증가했다. 설계사가 늘어난 다른 생보사들의 경우 증가폭은 100명 안팎에 그쳤다.
이처럼 생보사들이 설계사를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 매는 배경에는 2021년부터 도입되는 IFRS17이 자리하고 있다. IFRS17이 적용되면 기존 원가 기준인 보험사 부채 평가는 시가 기준으로 바뀐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렇게 되면 예전에 대거 판매된 저축성 보험들은 생보사들에게 상당한 자본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생보사들은 과거 자산 규모 경쟁 속에서 고금리를 보장하는 저축성 상품들을 경쟁적으로 판매해 왔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생보사들은 조직 효율화 등 비용 절감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진행 중인 특수고용직 노동자 인정 정책은 설계사들의 설 자리를 더욱 좁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노동 3권 보장, 고용·산재보험 가입 의무화 등을 적용하는 가이드라인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특수고용직에는 보험 설계사를 비롯해 학습지 교사와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등이 포함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직종이 보험 설계사로 약 40만명에 이른다.
그런데 현재 자영업자 신분 보험 설계사를 노동자로 전환할 경우 보험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약 2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정부의 특수고용직 관련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보험 설계사들의 대량 해고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교할만한 전례가 없는 만큼 아직 정확한 규모를 추산하기는 힘들지만 설계사들에 대한 고용과 산재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 보험사의 비용 증가는 불가피하다"며 "IFRS17 이슈와 맞물려 당분간 보험사들의 영업 조직 축소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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