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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맥주 전성시대...“공병 환불 되나요?”


입력 2018.06.08 06:00 수정 2018.06.08 05:55        최승근 기자

대부분 수입맥주 공병 보증금 환급 불가…국내서 생산되는 버드와이저만 가능

일손 및 보관 공간 부족 이유로 일선 소매점 공병 수거 꺼려

소비자들이 국내 한 대형마트 수입맥주 코너에서 제품을 고르고 있다.ⓒ연합뉴스

#수입맥주 마니아인 직장인 윤모씨(38세.남)는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아파트 분리수거일 마다 고역을 치른다. 그간 쌓인 수입맥주 공병을 처리해야 해서다. 캔 제품에 비해 무게가 많이 나가지만, 국산 맥주병처럼 보증금 환불이 되지 않는 공병이 많아 분리수거로 배출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입맥주의 돌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주요 유통채널에서는 수입맥주 판매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올해부터는 FTA 체결에 따른 관세 인하로 가격 경쟁력이 더욱 높아지면서 한 캔에 1000원이 채 되지 않는 제품도 등장했다.

하지만 날로 상승하는 수입맥주 인기에 비해 공병은 여전히 쓰레기 취급을 받고 있다. 국산 주류나 음료 공병의 경우 대부분 보증금 환급이 가능해 재활용 비중이 높지만 수입맥주의 경우 일부 제품에 한해서만 공병 환불이 가능해서다.

8일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 따르면 공병 보증금을 지급하는 제품은 총 13곳에서 생산되고 있다.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보해양조, 충북소주, 무학 등 10곳의 주류 업체와 코카콜라, 일화, 롯데칠성음료 등 3곳의 음료업체 뿐이다.

이들 기업에서 생산된 병 제품들은 용량에 따라 한 병당 최소 70원에서 최대 350원까지 공병 보증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해당 제품 구입 시 공병 보증금이 포함된 가격으로 소비자들이 구매하기 때문에 차후 환급이 가능한 것이다.

반면 대부분의 수입맥주들은 보증금 환급이 불가능하다. 공병 가격이 포함되지 않은 탓이다. 이는 수입맥주가 국산맥주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게 하는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보증금만큼의 가격이 빠지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값이 싼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수입맥주 종류가 크게 늘면서 이를 제품별로 수거해 해외로 다시 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가정용 수입맥주의 경우에도 병 제품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있지만 병 보다는 캔 제품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다. 병 제품의 경우 공병 재활용이 안 되고 물류비가 많이 나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모든 수입맥주 공병의 환급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오비맥주가 국내에서 생산하는 버드와이저의 경우에는 공병 환급이 가능하다. 국내에 생산시설이 있다 보니 공병을 수거해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은 많은 소비자들이 모르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 3사와 편의점 3사의 경우 버드와이저 병에 대해 공병 환급을 실시하고 있지만 실제로 환급을 요청하는 사례는 거의 드물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동네마다 있는 소‧중규모 소매점에서는 환급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정도다.

윤 씨는 “동네 마트에서는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특정 요일, 특정 시간에만 공병을 수거해 평일에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보증금 환급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며 “아파트 분리수거 일에 재활용 쓰레기로 배출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소매점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는 입장이다. 올해부터 최저임금 등 인건비가 크게 뛰면서 인력을 줄이는 상황이라 소비자들의 요구에 일일이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중형마트 관계자는 “직원들이 줄면서 공병 수거 등 잡무에 할당할 인력이 부족하다. 그리고 공병 부피가 커서 마땅히 보관할 공간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전했다.

정부는 공병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월1일부터 보증금액을 상향했지만 정작 이를 수거하는 일선 유통채널의 어려움이 더 가중되면서 소비자들도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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