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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장 반대 못 넘고 '회차'


입력 2018.05.21 18:38 수정 2018.05.21 18:42        박영국 기자

엘리엇 이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전부 반대 권고

모비스 지분 9.8% 보유한 국민연금 반대 가능성에 승산 희박해져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전경.ⓒ현대자동차그룹

엘리엇 이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전부 반대 권고
모비스 지분 9.8% 보유한 국민연금 반대 가능성에 승산 희박해져


현대자동차그룹이 결국 시장과 주주들의 반대를 넘지 못한 채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하게 됐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21일 각각 임시 이사회를 열고 현재 체결돼 있는 분할합병 계약을 일단 해제한 후 분할합병 안을 보완·개선해 다시 추진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달 29일 열릴 예정이었던 양사 임시 주주총회는 취소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28일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한 뒤 분할회사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존속법인을 지주사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을 자회사 및 손자회사로 두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내놓았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합병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기아차에 매각하고 존속법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그룹 지배권을 유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의 재배구조 개편안이 미흡하고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엘리엇은 지난달 23일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가 아닌 현대차-현대모비스의 합병, 현대차·현대모비스의 자사주 전량 소각 등을 요구했다. 또한 배량지급률을 순이직 기준의 40~50%로 상향하고, 경험이 풍부한 사외이사 세 명을 추가 선임할 것도 요구안에 포함시켰다.

기존 현대차그룹의 개편안에 대해서는 “소액주주에 돌아갈 이익이 분명하지 않고, 순환 출자고리를 해소하는 것만으로 기업경영구조가 개선됐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혹평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의 논리에 적극 반박하며 자사의 기존 개편안이 순환출자고리 해소에 가장 효과적이며, 회사의 미래 발전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기대할 수 있고, 합병 비율도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는 의결권 자문회사들이 잇달아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에 반대하면서 상황은 현대차그룹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우선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로 꼽히는 미국 글래스루이스와 ISS가 잇달아 엘리엇의 주장에 동조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어 대신지배구조연구소와 서스틴베스트,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 자문사들까지 일제히 현대모비스 분할합병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특히 지난 17일 현대모비스 지분 9.82%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의결권 자문계약을 맺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반대 권고를 결정한 것이 현대차그룹에게 치명타가 됐다.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으로서는 궁지에 몰린 상황이었다.

그동안 국민연금이 찬성할 경우 박빙, 반대하면 부결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었다.

국민연금은 당초 오는 23~25일 사이에 의결권전문위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반대 의견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있어왔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국민연금의 찬성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총을 강행해 봐야 승산이 없다는 판단 하에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하고 전면 재검토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의선 부회장은 “그룹 구조개편안 발표 이후 주주와 투자자 및 시장에서 제기한 다양한 견해와 고언을 겸허한 마음으로 검토해 충분히 반영토록 하겠다”며 “이번 방안을 추진하면서 여러 주주 분들 및 시장과 소통이 많이 부족했음도 절감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합병안 재추진과 관련한 임시주총 개최 등 일정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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