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시스템 부실 일갈한 금감원…중징계 수준은
삼성증권 내부통제 ‘구멍’…“매도직원 대부분 고의성 다분” 결론
“자본시장 신뢰 심각하게 저하” 판단…영업정지 가능성 높아
금융감독원이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고에 대해 내부통제 미비와 전산시스템 관리 부실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사고 과정에서 선제적 통제 시스템 미비는 물론, 사고 대응 매뉴얼도 전무한 것으로 드러나 부실한 금융회사 내부 시스템 전반을 여실히 보여준 가운데 그에 따른 기관의 중징계 또한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증권 사고 전후 ‘구멍’…“매도직원 대부분 고의성 다분” 결론
8일 금감원이 발표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이번 사고에서는 우리사주 배당 과정에서 조합장 계좌에서 출고하기도 전에 조합원 계좌로 거래가 가능한 것은 물론 발행주식 30배가 넘는 주식이 입고되더라도 시스템 상 입력 거부 등의 검증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배당 시스템 자체는 1999년 도입된 시스템”이라며 “배당 순서가 뒤바뀐 것은 업무 편의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증권사 내 사내방송과 비상연락망을 갖추지 않은 점 역시 내부통제 시스템 상 ‘구멍’으로 이어졌다. 사고 발생에 따른 별도의 매뉴얼도 없었을 뿐 아니라 관리부서(소관 총무팀-실질적 관리 증권관리팀)도 모호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삼성증권 주식매매시스템 상에서도 실물주식 입고업무 절차상 예탁결제원 확인 없어도 매도가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례와 같이 '위조주식'이 또다시 거래될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직원들의 매도 행각에 있어서도 고의적 정황이 포착됐다. 금감원 측은 이번 배당사고 과정에서 주식의 매도주문을 낸 22명의 주문양태를 분석한 결과 1명을 제외한 21명에게서 고의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른바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이번 사안을 만천하에 드러낸 셈이 됐다. 21명 가운데 13명은 수 차례에 걸쳐 분할 매도주문을 하거나 추가 매도에 나섰다. 이렇게 주문된 물량만 8542978주로 이중 500만주 이상이 체결됐다. 체결 물량 자체는 적었으나 타 계좌로 이체하거나 시장가로 주문한 사례도 발견됐다.
금감원은 이처럼 착오로 입고된 주식임을 알면서도 매도주문에 나선 직원 21명에 대해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이번주 내 검찰 고발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당초 의혹이 제기된 공매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번 사안과 무관하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원 부원장은 "이번 검사 결과 나타난 문제점은 그동안 삼성증권의 내부통제 미비와 전산시스템 관리 부실이 누적된 결과"라며 "특히 실물주식 입고 시스템의 문제는 가장 기본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 신뢰 심각하게 저하” 판단…영업정지 등 중징계 불가피
한편 이번 삼성증권 배당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 수위는 제재심 심의 등의 절차가 남아있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사안이 중대한 만큼 금감원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관련 법률에 따른 심의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원승연 부원장은“이번 사안은 자본시장의 신뢰를 심각하게 저하시킨 대형 금융사고”라며 “관련법규(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전자금융거래법 등)에 따라 삼성증권과 관련 임직원을 최대한 엄정하게 제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검사 결과에서 삼성증권이 증권사로서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난 만큼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 부원장은 “금감원의 제재심과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이후 금융위 의결 등을 거쳐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중징계 사안만이 최종 금융위 의결을 거치도록 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감원이 향후 삼성증권에 대한 중징계를 건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유령주식’ 매도 직원들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를 벌인 금융위 측은 이들이 미공개정보나 시세변동 등을 도모한 정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지난 한 달여 동안 총 3차례에 걸친 현장조사 등을 바탕으로 혐의자 16명과 관계인을 대상으로 매매세부내역, 휴대폰, 이메일, 메신저 등을 분석하는 한편 삼성증권 주식 선·현물거래 계좌를 대상으로 이상거래 여부 분석에 나섰으나 불공정거래 행위나 외부와의 공모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직원들이 착오된 배당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해 삼성증권 주가를 왜곡한 만큼 ‘시장질서교란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해 금융당국 차원에서 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윤수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장은 “아직 중간조사 단계인 만큼 추가 조사 및 법리 검토 결과 시장질서교란행위로 판단될 경우 오는 28일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논의를 거쳐 과징금 부과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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