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FA’ 정근우·김주찬 엇갈린 운명, 왜?
김주찬, 우려 비웃기라도 하듯 연일 맹타
수비 부담 큰 정근우는 결국 1군 엔트리 말소
지난 겨울 FA 시장에서 몸살을 앓았던 두 베테랑의 봄이 뚜렷한 엇갈리고 있다. 바로 KIA 김주찬(37)과 한화 정근우(36)다.
두 선수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나란히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주찬과 정근우의 시장 평가액은 크게 차이날 것으로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정근우는 한화와 첫 번째 계약을 맺은 4년 내내 특급 활약을 꾸준히 이어가며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2루수라는 찬사를 받았다. 반면, 김주찬은 건강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모습이 극명하게 갈렸고, 정근우보다 1살 더 많은 나이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두 선수 모두 협상은 순조롭지 않았다. 액수는 물론 계약 기간에서 큰 이견 차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FA 시장에서도 외면 받으며 예의 베테랑 선수들이 그랬듯 울며 겨자 먹기의 저가 계약에 도장을 찍을 듯 보였다.
계약 합의에 먼저 도달한 이는 2+1년에 27억 원을 얻어낸 김주찬이었다. 많은 나이와 잦은 부상 경력 등을 감안하면 ‘협상왕’이라는 별명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 계약이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정근우도 2+1년, 35억 원에 한화 잔류를 선택하며 2018시즌 준비를 모두 마쳤다.
당시만 해도 김주찬의 계약 규모는 ‘넘치고’ 정근우는 ‘모자란다’라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지금까지의 커리어와 현재 기량, 나이 등을 모두 고려한 평가였다.
그러나 막상 시즌의 뚜껑을 열자 상황은 반전을 이뤘다. 김주찬은 아직까지 건강한 모습으로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현재 김주찬은 3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1 6홈런 29타점을 기록 중이다. KIA 타선이 전체적으로 침체를 겪고 있음을 감안할 때 김주찬의 꾸준함은 팀이 바닥을 치고 올라갈 밑거름이 되기 충분해 보인다.
반면, 김주찬보다 더욱 큰 기대를 모았던 정근우는 원인 모를 부진에 울상이다. 특히 눈에 띄게 줄어든 수비 범위와 잦은 포구 실수는 여러 차례 팀을 패배로 몰았고, 결국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수모로 이어졌다.
물론 정근우는 이른바 ‘역대급’으로 평가받는 선수로 지금의 부진이 일시적일 것이란 시선도 있다. 하지만 정근우가 직면한 문제는 타격이 아닌 수비라는데 주목해야 한다. 아무래도 체력소모 및 수비 부담이 큰 2루 포지션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2루 및 유격수 포지션은 빠른 순발력을 요구하는 자리다. 따라서 젊거나 전성기에 접어든 20대 후반, 30대 초반 선수들에게 주로 맡기곤 한다. KBO리그 역사를 찾아봐도 30대 중반을 넘긴 선수가 내야 센터 포지션을 풀타임으로 소화한 경우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정근우도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어찌 보면 포지션 변경 없이 지금까지 2루 자리를 지켰다는 것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과연 정근우는 예의 ‘클래스’를 회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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