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남북 정상회담 앞두고 대북사업 기대감↑
"어느 때보다 기대 커…상황 주시하며 준비 중"
오랜 기간 막혀있던 남북 경협의 물꼬를 틀 남북정상회담이 임박하면서 금강산과 개성관광 사업권자인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3일 현대그룹에 따르면 그룹 내 금강산관광사업 및 개성공단 운영사업을 전담해온 현대아산을 중심으로 대북사업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아직 남북 공식 채널을 통해 경협이 언급된 것은 아니지만 어느 때보다 기대가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지난 1998년 11월 18일 관광객 1360여명을 강원도 동해항에서 북한 장전항까지 금강호로 실어 나르면서 금강산 관광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지속되던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11일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 초병이 쏜 총탄에 의해 사망하면서 중단됐다.
올해는 금강산 관광 사업 개시 20주년이자 중단 10주년인 의미 있는 해인 셈이다.
대북사업 재개는 극도로 위축된 현대그룹의 사세(社勢) 회복을 위해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돌파구이기도 하다.
현대그룹은 과거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상황에서도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을 기둥 삼아 대기업의 위상을 이어왔으나 2016년 해운 구조조정 사태를 겪으며 현대상선은 물론 현대증권까지 잃고 자산규모 2조원대의 중견그룹으로 전락했다.
현대상선과 현대증권의 계열분리 이전까지만 해도 그룹의 자산총액이 12조원 이상이었으나 지금은 10조원가량 줄어든 것이다.
현재 보유한 계열사는 대북사업권을 보유한 현대아산 외에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유엔아이 등 12개다.
현대아산은 2008년 관광객 피격사망 사건 이후 9년간 1조700억여원의 매출 손실을 기록했다.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총 손실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개발·사업권자로 참여하던 개성공단마저 2016년 2월 가동이 중단되면서 현대아산의 손실 규모는 더 크게 늘었다.
주력 사업인 대북사업이 막히면서 한때 1000명을 넘어서던 현대아산 임직원 수도 100여명으로 축소됐고, 유통 사업과 탄산수 사업 등으로 명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남북경협으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가동 재개가 이뤄질 경우 현대아산의 재도약과 함께 현대그룹은 강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지난 10년간 북한에 의해 동결 상태인 금강산 관광지구 내 해금강호텔, 온정각, 부두시설 등 자산을 다시 회복해 개보수한다면 관광사업 재개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성공단 가동이 재개될 경우에도 개성공단 내 호텔과 면세점, 식당, 주유소 등의 재가동으로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현대그룹은 정부를 통한 경협 채널이 열릴 때까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내부적인 준비 절차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남북관계는 민간이 먼저 풀 수 있는 게 아니고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 상황으로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가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가동 재개)시기가 오면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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