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신입 설계사 육성 난항" 생보업계 깊어지는 주름살


입력 2018.04.19 06:00 수정 2018.04.19 06:10        부광우 기자

3명 가운데 2명 1년 안에 회사 떠나

오르는 몸값에도 젊은 인력 '별 따기'

설계사 조직을 운영 중인 국내 35개 보험사의 지난해 13월차 설계사 등록 정착률은 평균 39.8%로 집계됐다. 업권별로 보면 같은 기간 생보업계의 13월차 설계사 등록 정착률이 35.2%로 손보업계(47.8%)보다 12.6%포인트 낮았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신입 설계사 3명 중 2명 가까이는 1년 안에 회사를 떠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는 설계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악화 등으로 인해 젊은 영업 인력 확보에 애를 먹는 분위기다. 특히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설계사의 능력이 한층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생보업계의 주름살은 한층 깊어지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설계사 조직을 운영 중인 국내 35개 보험사의 지난해 13월차 설계사 등록 정착률은 평균 39.8%로 집계됐다.

해당 지표는 특정 보험사에 소속된 지 1년이 지난 뒤에도 회사를 떠나지 않고 같은 곳에서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설계사의 비중을 보여준다. 보험사에 등록한 이후 13개월 차에 모집한 신계약이 1건 미만이거나 유치한 가입 중 유지되고 있는 계약이 10건 미만으로 사실상 영업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설계사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업권별로 보면 같은 기간 생보업계의 13월차 설계사 등록 정착률이 35.2%로 손보업계(47.8%)보다 12.6%포인트 낮았다. 이에 따르면 보통 1년 이상 같은 보험사에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신규 설계사가 생보사는 3분의 1을 겨우 넘는 반면, 손보사는 그나마 절반 가까이 된다는 얘기다.

보험사별로 보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13월차 설계사 등록 정착률 하위 10개 보험사 가운데 AIG손해보험(12.8%)을 제외한 나머지 9곳 모두 생보사들의 차지였다. 15.0%를 기록한 하나생명을 비롯해 PCA생명(17.4%)·현대라이프생명(25.0%)·KDB생명(27.5%)·흥국생명(28.9%)·AIA생명(30.3%)·ING생명(32.4%)·메트라이프생명(35.3%)·신한생명(35.4%)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생보업계에서 자리를 잡는 설계사들이 비교적 드문 이유는 취급하는 상품의 특성 상 영업 난이도가 손보업계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의무 상품인 자동차보험을 필두로 저렴한 상품이 많은 손보사에 비해, 소비자들이 먼저 잘 찾지도 않고 가격도 비싼 종신보험이나 투자 상품인 변액보험을 팔아야 하는 생보사 설계사들은 상대적으로 영업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처음 영업 일선에 나선 설계사라면 고충이 더 크기 마련이다.

문제는 생보사 신입 설계사들의 이탈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영업 현장에서는 설계사 모집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젊은 층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하는 기류가 확연해진데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미투 운동의 당사자로 설계사들이 거론되면서 직군 자체에 대한 평이 나빠진 탓이다. 실제 지난해 생보업계의 13월차 설계사 등록 정착률은 전년(35.6%)보다 0.4%포인트 더 떨어진 수치다.

이를 두고 생보업계에서는 미래 성장을 위한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과 모바일 등 온라인 판매가 확대 추세이긴 하지만 생보업계의 주력 영업 방식은 여전히 설계사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대면 채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생보사들이 거둔 초회보험료 7조3099억원 중 대면 모집을 통해 발생한 액수는 7조1898억원으로 98.4%를 차지했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고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로 보험업계의 대표적인 성장성 지표로 활용된다.

아울러 IFRS17 시행을 앞두고 현장 대면 영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신입 설계사 육성을 둘러싼 생보사들의 고민을 더욱 키우는 대목이다. 현 회계 기준에서 판매 첫해 손해가 발생하는 보장성 상품은 2021년 IFRS17가 적용되면 오히려 처음부터 이익이 나게 되는데, 보장성 보험 영업 확대를 위해서는 설계사의 역량이 필수적이다.

설계사들이 은행을 통한 방카슈랑스나 인터넷·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다이렉트 판매 채널과 비교해 갖는 장점은 소비자와 1대 1로 소통하는 시간이 길다는 점이다. 그런데 보장성 보험은 저축성 등 다른 상품들보다 내용이 복잡해 고객에게 충분한 설명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런 특성들 때문에 보장성 상품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설계사 채널이 핵심적이다.

생보사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들이 비대면 영업을 강조하면서 전통적 영업 조직인 설계사들은 다소 소외감을 느껴 온 것이 사실인데, IFRS17 도입으로 보장성 상품의 효율이 높아지게 되면서 이를 가장 잘 판매할 수 있는 설계사들의 가치가 다시 올라가는 분위기"라며 "다만 세대교체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현장 영업인들의 평균 연령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 현실은 미래를 생각할 때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