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회장 잔혹사' 계승한 문재인 정부
초대 박태준부터 8대 권오준까지 정권 교체기마다 어김없이 퇴임
정권 바뀌면 입맛에 맞는 회장 앉히는 '적폐' 못 버려
초대 박태준부터 8대 권오준까지 정권 교체기마다 어김없이 퇴임
정권 바뀌면 입맛에 맞는 회장 앉히는 '적폐' 못 버려
문재인 정부가 ‘포스코 회장 잔혹사’의 바통을 이어받으며 26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적폐문화 계승’에 이바지하고 있다.
권 회장은 18일 오전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긴급 임시 이사회에서 퇴임 의사를 밝혔고, 이사회가 이를 승인하면서 퇴임이 최종 결정됐다.
지난 2014년 3월 정준양 전 회상 후임으로 선출된 뒤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한 권 회장은 2020년 3월까지 2년의 임기를 남겨놓고 있었다.
포스코의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이끌고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경영능력을 검증받은 권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퇴하게 된 배경으로는 ‘정권의 압박’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권 회장이 첫 사례라면 모르겠지만 초대 회장인 박태준 회장을 비롯해 역대 포스코 회장들은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 수사와 함께 자리에서 쫓겨나고, 친정권 성향의 새 회장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잔혹사’가 계속돼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 일환이라는 시각이 있을 수밖에 없다.
포스코 회장 잔혹사는 초대 회장인 고(故) 박태준 회장이 포스코의 전신인 포항종합제철 대표이사 회장에서 물러난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전 회장은 김영삼정부 출범을 앞두고 24년 6개월간 자리를 지키던 회장직서 물러나야 했다.
이듬해인 1993년 박 전 회장은 회사기밀비 7300만원을 횡령하고 포항제철 계열사와 협력사 20개 업체로부터 39억7300만원을 받았다는 특가법 위반 및 형령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박 전 회장은 당시 14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내각제 대통령선거 공약화를 요구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회장의 뒤를 이어 황경로 회장이 포스코를 이끌게 됐지만 그는 김영삼 정부 출범(1993년 3월)과 동시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의 재임 기간은 5개월에 불과했다. 이후 황 전 회장은 거래업체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9200만원을 받은 혐의로 1심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3대 회장은 박태준 전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던 정명식 회장이 맡았지만 그 역시 1년 만에 사임했다.
그나마 재임 기간이 길었던 이는 전두환 정부 시절 재부장관을 지냈던 4대 김만제 회장으로, 1994년 3월 취임해 김영삼 정부 말기까지 4년간 포스코 회장직을 유지했다.
김 회장은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사임했다. 이후 1999년 2월 포스코 회장 재임기간 동안 회사기밀비 4억2415만원을 유용한 업무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2000년 9월 포스코가 정부 지분 전량 매각과 함께 민영기업으로 재탄생한 이후에도 정권교체기에 연동된 ‘포스코 회장 잔혹사’는 계속됐다. 정부는 여전히 포스코 지분 10.79%를 가진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포스코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고, 각종 비리 의혹 수사 역시 포스코에 대한 정부 영향력을 유지하는 무기였다.
1998년 3월 김대중 정부 출범과 함께 취임한 5대 유상부 회장은 2003년 3월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른바 ‘최규선 게이트’가 유 전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그 뒤를 이어받은 6대 이구택 회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인 2008년 검찰이 정기세무조사 무마 청탁설 조사에 나서자 2009년 1월 돌연 사퇴했다.
7대 정준양 회장은 박근혜정부 출범 1년 뒤인 2014년 3월 사퇴했고, 이듬해인 2015년 11월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이런 전례가 있었기에 8대 회장인 권오준 회장 역시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자리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당시 ‘최순실 게이트’라는 악재를 딛고 연임에 성공하면서 역대 최초로 ‘정권에 휘둘리지 않고 임기를 마치는 최초의 포스코 회장’이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일었었다.
하지만 결국 권 회장이 남은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하면서 ‘포스코 회장 잔혹사’를 이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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