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당 3000~4000원 배달비용 가장 큰 부담, 배달 인력난까지 겹쳐
배달 서비스 유료화 정책에 소비자 반발 거세…“사실상 가격 인상”
국민간식 치킨 가격 인상을 놓고 업계의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임대료와 인건비, 배달수수료 등 각종 부대비용이 증가하면서 치킨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점주들의 목소리는 높지만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한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던 가맹본사들이 정부와 여론의 질타 속에 곧바로 인상 계획을 철회한 바 있어 더욱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서울 구로구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 A씨는 배달사원을 구하기가 부담스러워 직접 배달을 하고 있다.
작년 이맘때까지만 해도 한 달에 250만원에서 300만원이면 배달사원을 구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300만원 이상으로 몸값이 치솟아 인건비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큰 맘먹고 배달사원을 구하려는 다른 매장들도 전문 배달 대행업체들이 생겨나면서 좀 더 급여를 많이 주는 대형업체로 배달사원들이 빠져나가는 통에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배달 비중이 높은 치킨 업종의 특성 상 배달을 중지할 수는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많은 배달대행료를 제시하거나 A씨처럼 직점 배달을 할 수 밖에 없다.
점주 A씨는 “치킨 한 마리 가격을 1만6000원으로 봤을 때 배달료 3500원에서 4000원, 배달앱 수수료 800원에서 1000원, 부가세 10%, 닭값, 임대료 등을 제하고 나면 마리 당 2000원 남기기도 빠듯하다”며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만 오른 게 아니고 부대비용 대부분이 오르면서 수익성은 1년 전보다 30% 이상 악화됐다”고 토로했다.
가맹본사에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점주들도 늘고 있다.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가맹본사와 점주들 간 회의에서도 가격 인상 안건은 매번 빠지지 않고 등장할 정도다. 하지만 가맹 본사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맹본사 관계자는 “가격을 인상하면 점주들은 물론 가맹본사의 수익성도 높일 수 있다”면서도 “치킨이 소비자들의 구매 빈도가 높고 접점이 많은 상품이다 보니 가격 인상에 매우 민감하다. 누구 하나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먼저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점주들은 저마다 고육지책으로 치킨무 값을 별도로 받거나 일부 점포의 경우 점주 재량으로 가격 인상을 시도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다른 점포와 가격이 다르다거나 이전에 비해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점주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본사 차원의 가격 인상을 주장하는 이유다.
가맹 본사 측은 가격 인상을 시도하는 일 자체도 부담이지만 가격 인상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치솟는 임대료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 인건비에 대응해 매번 가격을 올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때문에 치킨업계는 많게는 소비자 가격의 25%를 차지하는 배달 비용을 치킨 값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지속적인 배달 인력난과 배달 서비스 비용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크다는 점주들의 의견도 반영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