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움에다 파격까지…달라진 北, 정상회담에선 어떨까
최고지도자·고위급 스킨십 이례적…관계개선 의지
北 대남유화공세 가속…대북제재 완화 포석 관측도
최고지도자·고위급 스킨십 이례적…관계개선 의지
北 대남유화공세 가속…대북제재 완화 포석 관측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리 예술단의 평양 공연에 깜짝 등장해 또한번 세기의 이목을 끌었다. 앞서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하며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더니, 이제 가을에 서울 공연을 제안하며 유연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우리 예술단의 평양공연에 참석해 "4월 초 정치일정이 복잡해 시간을 내지 못할 것 같아 오늘이라도 공연을 보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당초 그는 3일로 잡힌 두 번째 남북합동공연을 관람할 것으로 예상됐다.
북한 최고위급인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직접 우리 방북단을 챙기기도 했다. 김영철은 앞서 우리 예술단 평양공연 당시 남측 취재진의 공연장 입장이 제지된 것에 대해 직접 사과한 데 이어 우리 예술단 대상 만찬을 주재하기도 했다.
김영철은 우리 취재진이 머문 평양 고려호텔을 찾아 자신을 "남측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이라고 농담조를 건넨뒤 "남측 기자 선생들을 북에 초청한 것은 정말 자유롭게 취재활동을 하고 편안하게 촬영도 하고 이렇게 우리가 해드려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취재활동을 제약하고 자유로운 촬영을 하지 못하게 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자분들과 장관님 앞에서 제가 먼저 북측 당국을 대표해서 이런 일이 잘못됐다는 것을 사죄라고 할까. 양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북측 최고위급이 우리 취재진에 사과한 것은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북한 매체들이 우리 예술단 공연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우리 예술단의 평양공연을 관람한 뒤 "우리 인민들이 남측의 대중예술에 대한 이해를 깊이하고 진심으로 환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고 감동을 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K팝 문화를 '남조선 날라리풍', '자본주의 황색 바람'으로 규정하고 언급 자체를 엄격하게 금지해왔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만 해도 "남조선 날라리풍을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직접 우리 가수들과 사진을 찍고 격려하고 박수를 보내는 등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실제 이번 평양 공연에 참가한 방북단은 '북한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고층 건물과 넓은 도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바쁘게 걷는 시민들의 모습도 그렇지만, 행사 지원을 위해 올라간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평양에서 사용 가능한 북한의 휴대전화를 요청하자 이에 응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져 눈길을 모았다.
이를 두고 자본주의 문화에 대한 개방성이나 북한의 정책적 변화라기보다, 오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측이 대남 유화 제스처를 부각시키려는 기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예술단 공연 등 사전 남북 교류를 관계개선의 디딤돌로 삼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중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북측의 파격적이고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남북·북미 정상회담에서도 계속 이어질지 주목된다. 북한의 유연한 태도가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결실을 거두기 위한 의지로 반영될 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이 유화 총공세로 대북제재 국면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력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턱 밑까지 오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비상 탈출구를 모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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