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세대극복 보고서] “나이 많으면 어른?” 어른과 꼰대 사이


입력 2018.03.27 07:00 수정 2018.03.27 07:29        류현준 기자

젊은층, 5060의 “나 때는 말이야” 질색

중장년층 “연세 많다는 것, 존경 충분”

데일리안 2030·5060 300명씩 설문조사
젊은층, 5060의 “나 때는 말이야” 질색
중장년층 “연세 많다는 것, 존경 충분”
전문가 “후손에 교훈을 전달해야 어른”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에 2030세대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북한 선수단을 낙하산이라고 꼬집으며 공정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뿐만 아니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부정입학과 각종 채용비리를 접한 젊은 세대들은 분노하고 있다.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르다.

데일리안은 2030세대와 5060세대 각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혼관과 행복, 돈에 대한 생각, 어른과 꼰대의 차이, 양성평등 등을 물었다. 그 결과를 연재한다. 또 한국사회가 세대격차를 어떻게 해소할지 방법론도 제시한다.


“요즘 것들, 말 안들어 큰일”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 기록에 ‘요즘 것들, 말 안들어 큰일’이라고 적혀 있다. 예나 지금이나 어른 특히 꼰대가 젊은 층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한가보다.

철지난 사고를 강요하는 윗사람은 아랫사람 입장에선 언제나 기분 나쁘다. 그래서 ‘요즘 것들’과 ‘늙다리’ 사이에는 아무 것도 오가지 못하는 게 아닐까.


“어른? 그런 사람 없어”

‘어른이란 누구인가?’ 데일리안이 지난 12일부터 닷새간 2030세대와 5060세대 각 300명에게 같은 물음을 던졌다. 이 질문에는 600명 중 300여명이 주관식으로 답했다. 이 가운데 스스로 윗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귀담아 들어야 할 답변을 골라냈다.

2030세대는 “요즘은 어른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문을 열고는, 어른의 자격요건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20대 A씨는 “어른은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서 후배들에게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조언하거나 아니면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나 때는 그러지 않았다’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청년들 스스로 느끼는 고민의 무게는 그 어떤 것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대 B씨도 “사람을 판단하고 가르치려 하기보다,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에 빗대어 방향을 제시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어른이란 누구인가에 대한 2030과 5060의 생각 ⓒ데일리안

20대 C씨는 “본인의 가치관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삶을 나누고,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상대를 존중하고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는 꼰대가 아닌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꼰대 짓 아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솔선수범 노(NO) 꼰대” 등 어른을 꼰대와 정반대 개념으로 이해하는 답도 나왔다.

나이는 중요치 않다. 30대 D씨는 “나이 많다고 어른이 아니다. 어리더라도 자신이 살아오면서 깨달아온 것과 삶의 가치를 상대방에게 잘 전달하여 자연히 존경받는 이가 어른이다”고 답했다.

5060 “나이 많으면 어른”

5060세대 같은 질문에 나이 많으면 어른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주관식 질문에 답변한 25%가 어른에 대해 ‘노년 60대 이후’, ‘70~80대 정도’, ‘70세’ 등 나이 그 자체로 어른을 짧게 정의했다.

50대 D씨는 “말 그대로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 어른”이라며 “연세가 많다는 것, 오랜 세월을 살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존경받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반대의견도 있었다. 60대 E씨는 “나이만 많다고 어른은 아니다. 젊은 사람에게 본보기가 되고 사고가 어른다운 사람이 진정 어른이다”며 “어른은 책임감이 있고 너그럽고 포용력이 있으며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가치를 수용할 줄 알고 그에 맞는 판단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말대답, 나쁜가? 질문에 대한 2030과 5060의 답변 ⓒ데일리안

“경험 나누고 싶지만, 말대답 말라니”

‘말대답 하는 건 나쁜가’ 질문도 이어졌다. 5060세대의 36.9%가 그렇다고 답했다. 2030세대의 15%와 큰 차이를 보였다. 말대답의 사전적 정의는 ‘윗사람의 말에 반대한다는 뜻의 이유를 붙이어 말함’이다.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엄기호 교수는 “어른이 된다는 건, 경험이 많아야 하고 체험으로부터 얻은 교훈을 들릴 만한 이야기로 후손에게 전달해줄 수 있어야 한다”며 “지금사회는 존경할 만한 어른이 없는 사회”라고 진단했다.

류현준 기자 (argos10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류현준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