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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기식 재건축 정책이다"…단단히 뿔난 목동 주민들


입력 2018.03.05 15:25 수정 2018.03.05 16:45        이정윤 기자

‘주차장 기준 확대’에도 여전히 안전진단 통과 어려워

국토위 의원과 국토부 발표내용 엇갈려 주민들 ‘혼란’

양천‧마포‧노원 등 비강남 주민단체 부산 등 전국 확산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가 극심한 주차난을 겪고 있다.ⓒ양천발전시민연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한 ‘안전진단 정상화 방안’이 5일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그동안 제기된 주차 공간 부족과 그에 따른 소방차 진입 어려움 등의 문제를 수용해 새 기준을 마련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 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구나 해당 지역구 의원이 정부와 협의가 잘 됐다는 취지로 주민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가 안전진단이 강화돼도 재건축에 문제가 없다는 오해로 받아들여지면서 지난 주말 일대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거환경 분야 세부 평가항목 가중치 중 ▲소방활동의 용이성을 0.175에서 0.25 ▲가구당 주차대수를 0.20에서 0.25로 상향 조정했다.

이밖에 가구당 주차대수의 최하 등급기준 범위가 ‘현행 규정의 40% 미만’에서 ‘60% 미만’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보여주기 식’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규정상 ‘소방활동의 용이성’, ‘세대당 주차대수’ 항목에서 모두 0점을 받더라도 ‘도시미관’, ‘침수피해 가능성’, ‘일조환경’ 등 나머지 항목을 고려했을 때 주거환경평가에서 E등급 받는 것 거의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 한 가구당 한대 이상의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빈번한 상황에서 등록된 차량대수가 아닌 가구당 주차대수를 계산하는 셈법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5일 국토부 발표 내용에 따르면 가구당 주차대수가 0.6대 이하면 해당 항목에서 최하점수가 가능하다. 하지만 극심한 주차대란을 겪고 있는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의 경우 등록차량 기준 주차대수는 0.45대지만 가구당 주차대수는 0.6~0.7대로 집계돼 최하점수를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재건축 아파트가 집값을 상승시킨다는 생각 하에 재건축 때려잡기에만 급급한 것 같다”며 “단기적으로는 하방압력이 작용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희소해진 재건축 아파트 집값이 더 치고 올라가는 역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가운데 지난 4일 국토부가 세부 가중치가 확대‧조정된 내용을 발표하자마자 양천갑이 지역구인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황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역 주민들에게 보낸 메시지가 정책에 대한 혼선을 줬다며 주민들 사이에서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황 의원은 지난 4일 양천구 주민들에게 "국토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시 주거환경평가 내 세부항목 가중치를 확대‧조정하기로 결정했다”며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에도 불구하고 목동아파트 재건축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양천구 주민들은 목동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다시 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었다. 그러나 규정을 자세히 따져본 결과 더 큰 실망감을 안게 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문자 메시지 내용은 국회의원으로서 지역구민들을 대상으로 한 발언”이라며 “정부 정책은 이미 발표한대로 차질 없이 진행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한 목동 아파트 주민은 “황 의원이 보낸 문자 메시지의 희망고문으로 우리는 두 번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며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소통 이 두 가지를 핵심 정책으로 내걸었는데 이 둘 다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편 정부의 안전진단 기준 강화 방침에 대응하기 위한 양천‧마포‧노원 등에서 모인 주민 단체는 빠른 시일 내에 구로, 광명뿐만 아니라 부산 등 전국구 국민 연대를 결성해 법무법인 인본과 함께 행정소송 등의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는 정부가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설치한 장치”라며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난 집값 상승세가 목동이나 노원구 등 비강남권까지 퍼지는 걸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다”라고 설명했다.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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