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부재 롯데, 첫 주총 무사 통과…지주사 전환 발판 마련
참석 주주 87% 찬성, 합병 후 신 회장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 60%로 확대
롯데지주 중심 한국 롯데 재편 속도…신동빈 1인 체제 구축 목표
롯데가 첫 번째 관문을 무사히 통과했다. 27일 열린 롯데지주 임시 주주총회에서 롯데지주와 비상장계열사의 흡수합병안을 통과되면서 롯데는 약점으로 지적됐던 복잡한 출자 구조를 완벽하게 해소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한 신동빈 회장의 1인 지배 체제 구축 작업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이날 롯데지주는 서울 잠심 롯데월드타워 31층에서 롯데상사, 롯데지알에스, 롯데로지스틱스, 한국후지필름, 대홍기획, 롯데아이티테크 등 6개 계열사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한 합병 및 분할합병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오너의 공백 속에 열린 주주총회는 창사 이후 처음이다.
주총은 일부 소액주주들이 절차를 문제 삼고 나서면서 50분간 중단되기도 했다. 주가 하락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질문들이 주를 이뤘고, 총수 부재와 일본 롯데 경영권 분쟁에 대해 우려하는 질문들도 이어졌다. 주총 시작 후 한 동안 소액주주들의 고성이 이어지면서 주총 의장을 맡은 황각규 부회장이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이날 상정된 합병안은 압도적인 표차이로 가결됐다. 의결권 있는 총 주식 5811만 5783주 중 3900만 9587주가 참석했으며, 이 중 3395만358주(87.03%)가 합병안을 찬성했다.
이번 합병으로 인해 의결권을 기준으로 한 롯데지주의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60.9%까지 올라가게 됐다.
당초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합병안 가결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신 회장을 비롯해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의결권 기준 50%가 넘는 등 지분 확보 경쟁에서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동안 롯데지주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에 못 미쳐 차익실현을 위해 이탈하는 소액주주들이 늘어날까 하는 우려는 있었다.
하지만 임시주총이 시작된 이날 오전 10시 기준 롯데지주 주가는 6만4400원으로 오름세를 타면서 6만3635원인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을 웃돌았다.
만약 이날 합병안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내달 19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롯데는 이에 대비해 1조3000억원의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를 설정했다.
총수 부재 이후 첫 시험대를 무사히 통과한 롯데는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지주사 전환 작업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롯데지주 측은 “분할합병 절차가 마무리되면 롯데는 오는 4월 1일부로 그룹 내 모든 순환출자와 상호출자를 해소하게 된다”며 “순환출자 완전 해소로 지배구조가 단순화됨으로써 경영투명성이 높아짐은 물론, 복잡한 순환출자로 인한 디스카운트가 완전히 해소돼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에도 시장의 긍정적인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함으로써 지주회사 체제를 안정화 시키는 동시에, 전문경영과 책임경영을 통해 경영효율화를 제고할 수 있게 됐다. 분할합병이 완료되면 롯데지주에 편입되는 계열사는 롯데지주 포함 총 54개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의 부재로 호텔롯데 상장은 상당 부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지만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한국 롯데 계열사를 재편하는 작업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일본롯데홀딩스-호텔롯데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로 인해 일본 주주들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 롯데는 지난해 10월 롯데지주 출범을 기점으로 한국 롯데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재편 작업이 마무리되면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한국 롯데 경영 간섭에 대한 우려도 말끔히 씻어낼 수 있다. 일본 롯데와의 연결고리가 모두 끊어져 한국 롯데는 신동빈 1인 체제로 탈바꿈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과 롯데지주의 지배력 확대에 오랜 기간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지난 13일 구속수감 되면서 이제는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를 비롯한 비상경영위원회의 과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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