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빈 '신기록 머신' 경쟁자가 없다
트랙 레코드 경신...황제 두르크스도 크게 뒤져
‘세계랭킹 1위’에 걸맞은 압도적인 주행이었다.
윤성빈(24·강원도청)이 15일 강원도 평창군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1·2차 시기 합계 1분 40초 35를 기록하며 전체 30명의 출전자 중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내일(16일) 3·4차에서도 현재의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
윤성빈은 많은 관심과 기대에 부담이 클 수도 있었지만 긴장한 모습이 아니었다.
붉은색 유니폼과 ‘아이언맨’ 헬멧을 착용한 뒤 당당하게 스타트 라인에 들어섰다. 허리를 구부린 채 오른발을 주먹으로 치는 루틴을 보인 뒤 썰매를 힘차게 밀면서 1차 시기 출발을 알렸다. 스타트 기록은 4초 62였다. 평창 트랙에서 세운 스타트 레코드(4초 61)보다 0.01초밖에 뒤지지 않았다.
윤성빈은 초반 1~5번 코스를 무난하게 질주했다. ‘악마의 9번 코스’도 문제없이 통과했다. 최고 속도 124.2km를 찍고 주행을 마쳤다. 스타트부터 각 구간별 기록, 최종 기록까지 압도적인 1위였다. 최종 기록 ‘50초 28’, 트랙 레코드였다. 마르틴스 두쿠르스(34·라트비아)가 세운 트랙 레코드 50초 64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윤성빈은 2차 시기에서 더욱 완벽했다. 스타트 신기록을 작성했다. 4초 59를 기록하며 자신이 지난해 3월에 찍은 4초 61을 뛰어넘었다. 최종 50초 07을 기록하며 자신이 1시간 전 작성한 트랙 레코드도 넘어섰다. 1, 2차 모두 스타트, 4번의 중간 기록, 최종 기록이 완벽했다. 한 치의 오점도 찾을 수 없었다.
윤성빈을 견제할만한 경쟁자가 없다. 강력한 라이벌로 손꼽힌 두쿠르스는 윤성빈보다 0.88초 뒤진 1분 41초 23로 3위에 머물렀다. 두쿠르스는 2009-10시즌부터 무려 8시즌 동안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황제’였지만 윤성빈에게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올림픽에서도 상대가 되지 못했다.
2위에 오른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 니카타 트레구보프(1분 41초 09)도 윤성빈을 위협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윤성빈은 다른 선수들보다 많은 주행 훈련을 소화했다. 무려 380회가 넘는 주행 반복 훈련을 통해 16개의 곡선 구간을 완벽하게 정복했다. ‘마의 9번 곡선’ 구간에선 속도를 줄이지 않고 깔끔하게 내려올 수 있는 주법을 익혔다. 자신이 있었고, 실전 무대에서 땀의 성과를 증명했다.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스켈레톤은 3, 4차 시기를 마친 뒤 주행 기록을 모두 합쳐 메달 주인공을 가린다. 윤성빈은 하루 뒤 열리는 3, 4차 시기에서도 이날과 같은 활약을 보여줘야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 방심만 경계한다면 금메달이 확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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