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 무산 뒷말 ‘무성’…의도적 은폐냐? 어쩔수 없는 공개냐?
대우건설 매각 무산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달 31일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우여곡절 끝에 선정됐지만, 이후 일주일여 만에 매각이 무산되면서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전날 산업은행과 긴급 회동을 갖고 대우건설 인수에 대한 의견을 나눴으며 이날 오전 인수 절차를 중단하겠다는 공식적인 의사를 밝혔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한 결정적인 원인으로는 지난해 4분기 대우건설의 해외 사업장 대규모 손실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로 호반건설 M&A관계자는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사업의 우발 손실 등 대우건설의 현재와 미래의 위험 요소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에 대하여 심각한 고민을 진행했다”며 인수 작업 중단의 최종 결정 이유로 밝히기도 했다.
전날 대우건설은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모로코 사피 발전소 현장에서 3000억원 규모 손실이 발생했으며, 분기 14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대우건설의 실적 발표가 매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매우 의도적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경우 모로코 현장에서 주문 제작한 기자재 결함으로 인해 재제작 손실을 반영했다고 하는데 또 다른 해외 현장에서도 이 같은 문제는 추가적으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호반건설이 주택전문그룹이다 보니 이러한 해외 손실 결과를 받아들이기에는 매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해외건설의 경우 현장에서 발생한 손실을 나중에 실적 반영하거나 발생할 예상 손실을 앞서 반영하기도 한다”며 “이는 역으로 말하면 해외 실적 반영 시기를 조율할 수 있다는 건데, 왜 이 시기에 원가 상승분을 잠재 손실로 반영했을까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호반건설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이후 대우건설이 매각을 무산시키기 위해 이를 공개했다는 후문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단독 입찰에 나설 때부터 혹시나 인수된 이후 임원들의 거취를 둘러싸고 말이 많았다”면서 “호반건설을 밀어내기 위한 회심의 카드를 준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외에 매각 무산을 위한 초강수 전략들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소문이 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호반건설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기까지 몰랐다면 이번 매각에서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 다른 해외 공사에서도 이처럼 부실이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도 모로코 현장 부실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매각을 서둘렀을 수도 있다”면서 “부실 사실을 서로 안 이상 재협상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대우건설의 매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업계에서는 매각 재개가 장기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매각이 무산된 이날 대우건설 주가는 전일보다 500원(-8.80%) 급락한 5180원에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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