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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도 부담된다는 정부 대형마트 '갑질' 방지 대책…'불만'


입력 2018.02.02 06:00 수정 2018.02.02 07:08        최승근 기자

인건비 부담에 시식행사 없애면 판촉 사원 일자리 사라져

파견사원 분담비용 다른 항목으로 전가될까 우려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설 선물세트를 판매하고 있는 판촉 직원들.ⓒ롯데마트

정부가 내놓은 유통업체 갑질 대책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을’인 납품업체에 대한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 내놓은 대책인데 정작 보호를 받는 입장인 납품업체들에게 오히려 더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8월 납품업체 종업원 사용 시 대형유통업체의 인건비 분담 등을 골자로 하는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이를 의무화하기 위한 법제화도 진행 중이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일명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파견사원 인건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유통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각종 규제로 신규 출점은 물론 영업시간까지 제한돼 성장세가 정체된 상황에서 수익성이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질 경우 대형마트 내에서 진행하는 시식행사 등을 아예 없애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유통업체의 갑질을 막기 위한 법률인 만큼 업계의 반발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문제는 법률로 보호를 받아야 하는 납품업체에서도 불만이 높다는 점이다. 시식 등 판촉을 위해 납품업체가 대형마트에 파견하는 직원들의 인건비를 분담해주면 비용이 절감돼 혜택을 볼 것 같지만 실상 안을 들여다보면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시식 행사를 진행하는 식품업계는 부담이 더 크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은 신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심리 장벽이 높은 품목”이라며 “시식 행사가 줄거나 없어진다면 신제품 매출을 올리기 위해 덤이나 할인으로 경쟁을 해야 한다. 업계 내 출혈경쟁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시식행사를 폐지할 경우 이를 담당했던 직원들의 일자리도 사라지게 돼 정부가 강조하는 일자리 정책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판촉사원 대부분이 중년 여성들로 구성돼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게 수월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인건비 분담을 명목으로 납품업체 소속 파견 직원들이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주장도 있다. 자사 제품을 판촉하기 위해 파견한 직원들에게 매장 내 다른 일을 시킬 수 있는 빌미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마트 납품업체 관계자는 “10여년 전만 해도 납품업체 직원들이 자사 제품 진열대 외에 다른 매대까지 관리해야 하는 등 갑질이 있었던 것은 맞다”면서도 “지금은 오히려 그런 사례가 줄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마트에 인건비를 분담시키면 현장에서는 이를 근거로 더 많은 일을 시키지 않을까 걱정되는 점도 있다”고 전했다.

시식 등 판촉사원을 정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는 납품업체에서는 이들의 퇴직금이나 복지 수준에 대한 혼란도 예상된다고 토로한다. 파견사원들의 정체성 문제는 물론 인건비 분담에 따른 퇴직금이나 복지 수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형마트가 분담한 인건비가 다른 비용으로 전가될 가능성에 대한 걱정도 있다.

중소 납품업체 관계자는 “마트 입장에서는 인건비 비용이 들어간 만큼 다른 쪽에서 이를 보전하려고 할 것”이라며 “2013년 공정위 조치로 판매장려금 항목이 사라졌지만 물류비나 다른 명목으로 이름을 바꿔 회수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도움 보다는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7년 유통분야 서면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통업계의 거래관행은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납품업체의 84.1%가 대규모 유통업법이 시행된 이후 유통업계의 거래 관행이 개선됐다고 응답했다.

행위 유형별로는 상품 판매 대금 지연 지급(89.4%), 대금 감액(89.2%), 상품의 반품(89.2%), 계약 서면 미교부‧지연 교부(86.7%) 등이 많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판매장려금 등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 행위의 경우 개선됐다는 응답이 80.9%로 지난 2014년 조사 결과에 비해 19%p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응답한 업체의 98.7%가 대규모유통업체와 거래하면서 표준거래계약서를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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