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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불 껐지만…KDB생명 여전히 '풍전등화'


입력 2018.02.02 06:00 수정 2018.02.02 06:50        부광우 기자

산은으로부터 3000억 유상증자…RBC비율 최대 170%대 예측

투자 시 곧바로 하락 전망…경영 정상화 위한 적자 탈출 시급

KDB생명이 KDB산업은행으로부터 유상증자를 받으며 한 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KDB생명의 자본여력은 여전히 보험업계 가이드라인을 겨우 넘기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KDB생명

재무 상태 악화와 계속되는 실적 추락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KDB생명이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으로부터 유상증자를 받으며 한 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자금수혈 이후에도 KDB생명의 자본여력은 여전히 보험업계 가이드라인을 겨우 넘기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적자의 늪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는 점에서 경영 정상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30일 KDB산업은행은 3000억원의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KDB생명에 대한 증자 절차를 완료했다.

이번 유상증자의 가장 큰 목적은 지급여력(RBC)비율 개선이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자본 여력을 평가하는 대표 지표다. 이 수치가 100%를 넘으면 보험사가 고객들의 보험금을 한 번에 지급할 수 있다는 의미로, 과거 금융당국이 넘기라고 권고했던 150% 선은 지금도 보험업계의 가이드라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KDB생명의 지난해 3분기 말 RBC비율은 116.18%로 국내 보험업계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었다. 또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108.44%까지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번 산은으로부터의 증자를 통해 KDB생명은 자사의 RBC비율이 171.8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보험업계 권고 수준보다 20%포인트 정도 여유가 생긴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는 계상 상 최대치일 뿐 실제 유상증자 이후 KDB생명의 RBC비율은 이보다 낮을 것이란 분석이다. KDB생명은 유상증자 대금 중 상당 부분을 주식이나 채권 등 국내·외 유가증권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처럼 투자에 투입된 자금은 RBC비율의 기반이 되는 지급여력 기준금액의 증가로 이어진다. RBC비율은 지급여력금액을 지급여력기준금액으로 나눠 계산한다. 이에 따라 지급여력 기준금액이 늘면 RBC비율은 떨어지게 된다.

그런데 KDB생명이 이번에 예측한 증자 이후 RBC비율은 투자로 인한 지급여력 기준금액의 증가는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즉, KDB생명이 유상증자로 끌어들인 자금을 투자하기 시작하면 RBC비율은 예상치보다 낮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앞으로 RBC비율 기준 강화가 예고돼 있어 이 수치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은 2021년 도입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해 지난해 12월부터 단계적으로 보험 부채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고 있다. 향후 내줘야 할 보험금 부채를 현행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이 본격 적용되면 보험사의 부채 증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RBC비율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결국 KDB생명이 앞으로 RBC비율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본 여력 개선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KDB생명의 적자가 점점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KDB생명은 지난해 1~10월 총 53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6년에 기록한 연간 순손실인 102억원의 다섯 배가 넘는 규모다.

이에 재무 상태도 악화 일로다. KDB생명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1297억원의 결손금을 떠안고 있다. 결손금은 기업의 경영활동에서 이익이 쌓이기는커녕 오히려 순자산을 줄이게 될 경우 그 감소분을 누적해 기록한 금액을 의미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재무위기에 놓여 있던 KDB생명에게 이번 산은의 유상증자는 말 그대로 가뭄에 단비이긴 하지만, 냉정히 따져보면 기사회생 정도로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라며 "결국 빠른 실적 개선이 이뤄져야만 경영 정상화가 가능할 전망인데 당분간 흑자전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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