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대'… 퇴직연금 수익률 대형손보사의 민낯
삼성화재 1.61%로 가장 낮아…KB손보·현대해상도 1%대 그쳐
가입 대상 확대에 관심↑…간판만 보고 골랐다간 큰 코 다칠판
개인형퇴직연금(IRP)이 가입 대상 확대로 시즌 2를 맞이한 첫 해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성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별 수익률이 최대 1%포인트 넘게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보험업계 IRP 시장에서 상위권에 랭크돼 있는 삼성화재가 수익률 꼴찌 불명예를 안았다.
목돈을 장기 투자하는 IRP는 운용사의 성과에 따라 나중에 받는 연금의 파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가입 시 인지도와 간판에만 의지하기 보다는 회사별 수익률을 꼼꼼히 비교해보고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26일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보험사들의 직전 1년 IRP 수익률은 평균 2.32%로 집계됐다.
IRP는 직장인이 노후 대비 자금을 스스로 쌓거나 혹은 이직할 때 받은 퇴직금을 적립한 다음 55세 이후 연금이나 일시금으로 찾아 쓰기 위해 가입하는 퇴직연금 제도 중 하나다. 예금·펀드·채권·주가연계파생결합증권 등에 투자하는 상품인 만큼 고객 입장에서는 가입 기간 동안의 수익률이 높을수록 향후 많은 연금을 기대할 수 있다.
보험사별로 보면 조사 대상 기간 삼성화재의 IRP 수익률이 1.61%로 가장 낮았다. 삼성화재와 함께 KB손해보험(1.78%)과 KDB생명(1.85%), 현대해상(1.98%)의 IRP 수익률이 1% 대에 머물렀다.
이밖에 IRP 적립금이 100억원 이상인 주요 보험사들의 수익률은 ▲동양생명(2.04%) ▲한화생명·DB손해보험(2.07%) ▲한화손해보험 2.11% ▲IBK연금보험 2.16% ▲삼성생명 2.19% ▲미래에셋생명·롯데손해보험 2.44% ▲교보생명 2.67% 등 순이었다.
이번 성적에 그 어느 때보다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최근 IRP에 가입할 수 있는 고객군이 700만명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IRP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영업자와 공무원 등도 가입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약 580만명의 자영업자와 150만명 가량의 공무원·사학·군인·별정우체국 연금 가입자 등 730만명이 새로운 IRP 가입 대상자가 됐다. 이전까지는 퇴직금 수령자나 퇴직연금 가입자만 IRP가입이 가능했다.
이에 최근 1년 새 보험사 IRP 시장 규모도 10% 넘게 커졌다. 퇴직연금 상품이라는 특성 상 단기간에 상품 판매를 늘리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파른 성장세라는 평이다. 지난해 말 국내 보험사들이 보유한 IRP 적립금은 2조2236억원으로 전년 말(2조100억원) 대비 10.6%(2136억원) 증가했다.
이처럼 IRP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수익률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과 걱정도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수익률에서 보이듯 대형사를 선택한다고 해서 좋은 자산 운용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닌 탓에 소비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실제 지난해 IRP 수익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난 삼성화재는 지난 달 말 적립금이 1988억원으로 보험사들 중 4위를 기록한 곳이다. 삼성생명의 경우 1조209억원의 적립금을 쌓은 보험업계 IRP 시장의 독보적 1위 회사지만 수익률은 중위권 수준이다. 삼성생명에 이어 적립금이 2799억원으로 많은 교보생명 정도가 IRP 수익률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대형 보험사다.
금융권 관계자는 "IRP는 대표적인 장기 투자라는 점에서 수익률이 선택에 결정적 요인이고,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큰 판단 잣대는 지금까지의 자산 운용 성적이 될 수밖에 없다"며 "대형사라고 해서 반드시 성과를 잘 내는 것이 아닌 만큼 무턱대고 가입을 결정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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