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가상화폐 명암] 가상화폐 거래 '흥행 빅2' 한국과 중국
풍부한 시중 유동성과 저금리 기조 장기화…높은 수익률 찾아 가상화폐로 몰려
“가상화폐 비트코인 열풍, 아시아가 주도한다.”
지난달 미국 경제전문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이 아시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중 한국과 중국은 가상화폐 거래 규모나 투자자 면에서 급격한 성장을 거둔 나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는 시중 유동성은 높지만 마땅한 투자자산이 없다는 공통된 배경이 있다.
한국에서는 1년 만에 가상화폐 시장이 급팽창 했다. 한국과 함께 주요 시장으로 분류되는 미국과 중국의 경우 수년에 걸쳐 시장이 확대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속도다.
빗썸에 따르면 2016년 말 1비트코인당 119만원 수준이었던 국내 비트코인 가격은 1년 새 2000만원을 돌파했고, 최근에는 13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관련 업계 집계를 보면 우리나라 가상화폐 투자자는 이미 300만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일반 주식시장과 달리 상·하한 폭이 없고 투자자 자격에도 제한이 없어 직장인은 물론 주부, 노인, 대학생, 10대 청소년까지 뛰어들고 있다.
특히 일부 대학에서는 가상화폐 전용 게시판까지 생기는 등 '가상화폐 열풍'이 대학가에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이 같은 열풍으로 인해 일각에서는 가상화폐 하루 거래대금이 코스닥 시장의 75% 수준으로 치솟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 세계에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차지하는 비중은 1.8% 안팎인데 비해 비트코인 거래량은 전 세계의 약 20%에 달한다. 단순히 경제규모만 놓고 보면 10배 이상 거품이 있다는 의미다. 실제 거래 가격도 외국 거래소에 비해 20% 이상 높은 편이다.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의 가상화폐 규제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 때 전 세계 비트코인 가격이 11%정도 하락한 점도 가상화폐 시장에서 한국의 위치를 가늠하게 한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은 풍부하지만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데다 금리가 낮다보니 새로운 투자처에 대한 갈증이 가상화폐 열풍으로 나타난 셈이다.
하루에도 수백만원이 오르내리는 등 변동성이 크지만 그만큼 짧은 시간 내에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점도 가상화페에 돈이 몰리는 이유 중 하나다.
최근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 시장에 유입된 자금이 잘 빠져나가지 않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중국도 한국과 비슷한 배경을 갖고 있다.
중국 정부가 부유층의 해외 자금 유출을 엄격히 제한하면서 이를 피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활용한 것이다. 위안화 하락을 대비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 가상화폐의 인기를 한 때 중국 투자자들이 금을 매입하면서 전 세계 금 가격이 치솟았던 것에 비유를 하기도 한다.
가상화폐 시장에 자금이 물밀 듯 몰리면서 중국 정부는 지난해 9월 가상화폐의 거래를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암호화폐가 금융시장의 불안요소로 작용하는 데다 중국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자 규제를 피해 중국 자본이 한국 가상화폐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한국 가상화폐 시장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압도적인 거래량 1위를 차지했던 중국이 한국으로 눈을 돌리면서 결과적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시장 진입을 부추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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