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어디로①] ‘시장보다 정부’ 국회 헌법개정특위 자문위 초안 논란
비정규직 금지, 기업 경영권 침해 소지
‘자유’ 삭제…사회·민중민주 여지 남겨
국회 헌법개정특위 자문위원회에서 마련한 헌법 개정 초안이 좌편향 논란에 휩싸였다.
자문위는 ‘시장질서’보다 ‘정부개입’을 강조했고, 비정규직 고용 금지 등 민간기업의 인사·경영권 침해 소지가 있는 내용을 담았다.
또 국가 체제 근간이었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문구는 배제된 반면, 통합진보당 해산의 근거가 됐던 제8조 삭제 의견은 포함됐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돼 있다.
‘정부개입’ 강화…기업 경영권 침해 소지
자문위가 지난 11개월간의 활동 끝에 도출한 최종 개정안에는 ‘기간·파견제 등 간접고용 금지’, ‘정리해고 금지’, ‘노동이사제’ 등의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은 “노동자를 고용할 때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기간의 정함이 없이 직접고용 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근로기준법에 명시돼 있던 ‘해고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헌법에 포함시켰고, ‘노동자의 사업운영에 참여할 권리’도 들어갔다.
또 정부개입을 통한 분배의 근거가 됐던 경제민주화 조항(제119조2항)도 강화돼 같은 조 1항과 충돌이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문위는 기존 ‘국가는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문구를 ‘규제와 조정을 하여야 한다’는 방식으로 정부개입을 의무화했다.
이와 함께 제119조3항을 신설해 기업에 대한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보장을 명시했다. 그간 기업들의 ‘경영부담 가중’을 우려해 법률안에 넣는 것조차 논란이 됐던 부분을 헌법에 포함시킨 것이다.
자문위 ‘경제·재정분과’는 이 같은 개헌안 마련 취지에 대해 “사회적 경제 육성 등을 신설·정비함으로써 경제민주주의 구현에 기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자유’ 삭제…사회·민중민주에 ‘여지’ 남겨
자문위는 헌법 전문과 통일 관련 조항인 제4조에 명시됐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문구를 삭제하거나 수정했다.
대신 개정안 전문에는 ‘평등한 민주사회’라는 표현이 추가됐고, 제4조에는 ‘자유’가 삭제된 ‘민주적 기본질서’ 문구로 대체됐다. 자문위는 “민주적 기본질서가 더 넓은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가 체제의 근간이었던 자유민주주의 대신 사회민주주의, 나아가 민중민주주의 주장 여지를 열어놨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자문위 개정안에는 통합진보당 해산의 근거가 됐던 제8조 삭제 의견도 담겼다.
자문위는 “정당의 목적 조직 활동은 민주적이어야 하는 동시에 제약이 없어야 한다. 관련 규정이 헌법에 포함됐을 시절의 정치적 배경이나 환경이 이제 많이 달라졌다”고 배경을 설명했지만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헌을 이런 식으로 하려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국민의 국가 의존성을 심화시키고, 자유로운 경쟁을 통한 개인의 창의와 능력이 발휘되기 어려운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상당히 걱정된다”고 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자문위 개정안의 ‘자유민주적 질서’ 문구 삭제와 관련, “민주주의의 근간은 ‘자유’인데 우리나라에선 민주주의 개념이 왜곡돼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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