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최강 그래플러 하빕, 라이트급의 블랙홀
UFC 219 무대서 바르보자에 전원일치 판정승
체급 어떤 강자들도 하빕 그래플링 극복 못해
UFC 헤비급에서 파브리시우 베우둠(40·브라질)은 공포의 그래플러로 불린다.
각종 주짓수 대회에서 맹위를 떨쳤던 그는 MMA 무대에서도 위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UFC 헤비급의 어떤 파이터도 베우둠과의 그라운드 싸움은 원하지 않는다.
타격가는 물론이고 주짓수 블랙벨트인 가브리엘 ’나파오‘ 곤자가, 탑 레슬러 케인 벨라스케즈 조차 극단적으로 그래플링 공방전을 피했다. 상대가 무조건적으로 그라운드를 피하다보니 베우둠으로서는 경기를 운영하기가 한결 수월했다.
정통 주짓떼로의 특성상 테이크다운 능력이 다른 그라운드 기술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은 아쉽지만 타격을 갈고닦으며 이를 상쇄했다.
색깔은 다소 다르지만 ‘독수리(The Eagle)’ 하빕 누르마고메도프(28·러시아)는 라이트급의 베우둠 같은 존재다. 경쟁자들과 차원이 다른 그래플링을 자랑한다. 베우둠이 헤비급에서 보여주고 있는 그라운드 장악력 이상을 과시하고 있다.
누르마고메도프는 31일(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서 열린 UFC 219에서도 여전한 포스를 보여줬다. 랭킹 4위의 강자 ‘주니어’ 에드손 바르보자(31·브라질)를 맞이해 전원일치 판정승을 따냈다. 1년 1개월 만의 복귀전에서 승리한 누르마고메도프는 25연승(UFC 9연승)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타격가 바르보자는 너무도 잘 알려진 누르마고메도프의 패턴에 철저히 대비했다. 잡히면 같은 그래플러조차도 견디지 못할 정도라 옥타곤을 최대한 넓게 쓰려 했다. 우직하게 밀고 들어오는 누르마고메도프와 철저히 거리를 두고 미들킥, 로우킥 등을 날리며 부지런히 스텝을 밟았다.
하지만 누르마고메도프의 무서운 점은 강력한 테이크다운 능력이다. 바르보자 역시 테이크다운 디펜스가 매우 좋은 편이지만 누르마고메도프의 상대를 넘어뜨리는 능력은 가공할 만하다. 힘과 기술이 좋아 조금만 밀착되더라도 너무도 쉽게 그라운드로 끌고 간다. 버티어냈다 해도 지속적 변화를 주며 끝내 바닥으로 끌고 간다.
타이밍 태클은 기본이고 그레코로만·자유형 레슬링, 삼보, 유도식 기술 등 레퍼토리가 매우 다양하다. 콤비네이션하면 다양한 타격 연타를 떠올리지만 누르마고메도프는 체급 최고 파워 그래플러답게 테이크다운을 콤비네이션으로 구사한다. 몸을 밀착시켜 중심을 흔드는가하면 원레그, 투레그에 다리걸기, 슬램 등 다채로운 압박이 거푸 쏟아진다.
바르보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밀고 들어오는 누르마고메도프에게 정타를 맞추던 것도 잠시뿐 거리가 가까워지자 심상치 않은 기류가 느껴졌다.
상위 포지션에서 바윗돌처럼 압박하는 누르마고메도프의 탈 체급 수준 압박에 바르보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맷집과 근성으로 쏟아지는 파운딩을 견디어내는 게 고작이었다. 힘과 기술에서 누르마고메도프를 밀쳐내고 일어설 방법이 없었다.
마이클 존슨(31·미국)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누르마고메도프에게 그라운드 압박을 당한 선수들은 1라운드 공이 울린 후 비슷한 표정을 짓는다. 넋이 나간 듯 흐릿한 눈빛으로 힘없이 자신의 코너로 돌아간다. 잡히면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전의를 상실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2라운드부터는 더 심해진다. 자신의 공격패턴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 그저 넘어지지 않기 위해 방어에 온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도 누르마고메도프는 유유히 또 그라운드로 끌고 간다.
3라운드 정도 되면 버티어낸다 해도 사실상 포기 상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말 그대로 블랙홀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패턴을 통해 누르마고메도프는 거칠 것 없는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다.
팬들은 이러한 누르마고메도프와 ’엘쿠쿠이(El Cucuy)’ 토니 퍼거슨(35·미국) 혹은 현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와의 진검승부를 기대한다. 장기전의 명수 퍼거슨은 좀비처럼 상대의 패턴을 자신의 스타일에 녹여버릴 수 있는 장기가 있고, 맥그리거는 순간적 카운터펀치의 대가다. 누르마고메도프와 어떤 승부가 펼쳐질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대들이다.
현 챔피언 맥그리거는 외도와 잠정휴식을 통해 철저하게 누르마고메도프를 피하고 있다. 누르마고메도프는 물론 퍼거슨과도 싸울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일단 맞대결을 통해 누르마고메도프, 퍼거슨 둘 중 하나가 떨어져나가기를 바라는 기색이다.
누르마고메도프는 경기가 끝난 후 “퍼거슨과 싸우고 싶다. 맥그리거는 돈이 많아서 안 싸우고 싶을 테니 돈이 떨어지게 되면 그때 연락을 해라”고 말했다. 사실상 최강자의 여유가 묻어나는 인터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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