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점 통장까지 등장한 서울 분양시장…여전히 높은 청약 문턱
서울 인기지역 커트라인 점수 50점 전후…가점제 허점 노린 악영향도
정부가 8·2부동산대책을 통해 투기와 다주택자 재당첨을 막기 위해 청약가점제 비중을 대폭 확대했지만, 오히려 실수요자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청약제도 개편 이후 당첨 커트라인이 여전히 높아 당첨 가능성이 사실상 희박하기 때문이다.
30일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이날 당첨자 발표 결과 서울 영등포구 신길뉴타운의 ‘힐스테이트 클래시안’의 전용면적 59㎡와 84㎡ 청약가점 평균은 각각 56점과 53점 이상으로 드러났다.
직전 분양한 ‘신길 자이’에 비하면 10점 정도 떨어진 셈이지만 여전히 청약당첨 커트라인이 높다는 평가다.
1순위 청약 경쟁률이 145.5대 1로 가장 높았던 전용면적 49㎡는 당첨 가점 평균이 69점이었다. 전용 59㎡의 경우 평균 당첨점수가 타입별로 58.73점으로 최저 53점, 최고 73점에 달했다. 특히 전용 84㎡A에서는 최고점이 84점으로 만점 통장까지 나왔다.
청약가점제는 84점이 만점으로 부양가족(35점)과 무주택기간(3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 순으로 비중이 높다. 평균 60점을 받기 위해서는 부양가족이 4명(25점)이면서 청약통장 가입 기간을 11년 이상 넘긴(13점) 만 40세 가장이 10년(22점) 동안 내 집 없이 살아야 가능하다. 자녀가 없는 30대 신혼부부의 경우에는 20점대도 넘기기 힘든 상황이다.
힐스테이트 클래시안의 한 예비당첨자는 “청약가점이 45점인데 전용 59㎡ 예비인 상황”이라며 “나이에 비해 가점 기준을 꽉 채웠음에도 당첨되기가 이렇게 어렵나 싶다”고 토로했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젊은 층은 대부분이 2~3인 가구를 선호해 전용 59㎡의 당첨 커트라인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서울 인기지역의 커트라인 점수가 50점 전후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50점이라는 청약 당첨 점수가 여전히 젊은 층에게는 턱없이 높은 점수인데다, 가점제 허점을 노린 위장전입 행위 등이 여전히 남아있어 부작용도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허위로 이를 이용해 청약가점을 일부러 높여 당첨된 뒤 미계약 물량으로 만들거나 부적격자 물량으로 돌려 거래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청약가점을 위해 부양가족수를 얼마든지 서류상으로는 추가 가능하다”며 “분양권 거래도 마음만 먹으면 불법·탈법 거래가 이어질 수 있는 허점이 분명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날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이 나왔지만, 이렇게 계속 대책이 쏟아져 급격하게 바뀌면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면서 “청약제도 역시 개선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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