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 불발시 연봉 4000만원 이상도 최저임금 위반
새해를 한 달여 앞두고 최저임금 문제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당장 내년부터 최저임금 기준이 16.4% 오른 7530원이 되면 중소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들도 영향권에 드는 만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인상률이야 돌이킬 수 없지만 연봉 4000만원 이상의 고임금 근로자도 임금을 올려줘야 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상여금 등을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는 최저임금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편집자 주>
개선 불발시 연봉 4000만원 이상도 최저임금 위반
28일 재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제도 개선의 가장 중요한 현안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 문제다. 기업별로 많게는 연간 월 급여의 800%까지 지급되는 상여금과 각종 수당 등이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서 제외됨에 따라 고임금 근로자가 최저임금 기준에 걸리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3일 국회를 찾아 산입 범위에 상여금 등이 포함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 기업들이 견디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박 회장이 의원들에게 전한 ‘최근 경제현안에 대한 전문가 제언집’에는 ‘연봉 4000만원 직원까지 최저임금 혜택을 받는 건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날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도 경총 포럼 인사말을 통해 “우리나라는 정기상여금 등 근로자들이 지급을 보장받고 있는 임금의 상당부분을 최저임금 준수여부를 판단하는 산입범위에 포함시키지 않는 불합리한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근로자에게 연봉을 4000만원 넘게 지급하는 기업들도 최저임금 위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비정규직 관련 발언으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당한 이후 6개월 만에 이뤄진 ‘작심발언’이었다.
재계가 이처럼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선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현 체제가 유지될 경우 최저임금에 걸리는 근로자 뿐 아니라 전체 근로자 임금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여금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대부분 ‘호봉제’ 임금 구조를 갖고 있다. 호봉별로 일정 금액씩 임금에 차등을 두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을 올려주게 되면 도미노식으로 가장 높은 호봉 근로자의 임금까지 올려줘야 한다.
이같은 최저임금 제도의 불합리성과 개선 필요성은 재계는 물론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사견을 전제로 “정기상여금과 고정적인 교통비·중식비 등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고,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국회 환경노동위원장도 “최저임금에 상여금·식대 등 복리후생 수당이 포함되도록 최저임금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사용자 측의 최저임금 제도 개선 움직임을 ‘최저임금을 올려주지 않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하는 노동계의 반발이 관건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달 중으로 최저임금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기로 하고 지난 9월부터 최저임금제도개선을 위한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논의를 진행 중이다.
TF는 노동자, 사용자, 공익위원이 각각 추천한 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됐으며, 총 6개 연구 과제를 논의한다. 이 중 최대 현안인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선방안’ TF는 각계 전문가 3인으로 구성됐다.
노동계 쪽 추천위원이 있는 만큼 노동계를 설득하지 않고는 합의가 도출되긴 힘든 사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 등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재계 뿐 아니라 정치권, 특히 여당도 동의하고 있다”면서 “다만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반드시 노동계를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계와 대척점에 서있는 사용자 측이 노동계를 설득할 수는 없다. 다만 지난 정권보다 노동계와 코드가 맞는 현 정부와 여당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재개 한 관계자는 “사용자 측과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정부·여당이 노동계를 설득할 수 있을지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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