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에 웃지 못하는 보험사들 왜
투자 수익률 회복 기대보다 RBC비율 하락할까 걱정
2021년 IFRS17 적용까지 역설적 상황 지속될 전망
초저금리 시대가 서서히 끝나가면서 투자 수익률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음에도 보험업계는 속앓이를 하는 분위기다.
자산만 시가로 평가하고 부채는 원가 평가하는 현재의 체계 상 금리 상승은 재무건전성 지표를 악화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자본 여력이 떨어지는 보험사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최근 1년 간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25~0.50%에서 1.00~1.25%로 0.7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시장에서는 다음 달에도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고 앞으로 1년 안에 3차례 이상의 추가 상승이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도 1.25%로 유지되고 있지만 향후 수 개월 내에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지난 달 열린 한은 금통위에서 이일형 위원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소수의견을 냈다. 이는 7년여 만에 나온 금리 인상 소수의견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금리가 오르면 자산운용수익률이 높아져 보험사로서는 투자 수익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된 채권에서는 평가손실이 발생,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보험사들이 RBC비율의 추이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있어서다.
2021년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사의 보험금 부채 평가 방식은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된다. 이에 가입 당시 금리를 반영해 부채를 계산해야 하고 그만큼 부담이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대표 지표인 RBC비율은 하락이 불가피하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로 하여금 100% 이상의 RBC비율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험사는 RBC비율 100% 미만 시 경영개선 권고, 50% 미만 시 경영개선 요구, 0% 미만 시 경영개선 명령 등의 조치를 받게 된다.
결국 IFRS17을 대비해 자본 확충 등을 통해 RBC비율 끌어올리기에 나서고 있는 보험업계로서는 투자 수익률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음에도 금리 인상이 반갑지만은 않은 역설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지금도 RBC비율이 낮은 보험사는 특히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제적 관점에서 금리 상승은 보험사에게 기회 요인이지만 현재의 지급여력제도에서는 오히려 RBC비율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라며 "2021년 새 제도가 도입될 때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자본력이 취약한 보험사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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