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고공행진' 손보사 일자리 확대 외면
손보 빅5 1~3분기 순익 전년比 30.1%↑
직원 수는 제자리걸음…1년 새 0.4% 감소
보험료 인하 압박·IFRS17 부담 속 눈치만
국내 손해보험업계의 성적이 올해 들어 눈에 띄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주요 대형 손보사들의 일자리는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든 현실이다.
사실 손보업계로서도 커지는 보험료 인하 압박과 커지는 재무 부담 등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고용창출에 역점을 두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방향과 여론의 흐름에 속앓이만 하는 분위기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국내 5대 손보사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6193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136억원) 대비 30.1%(6057억원) 증가했다.
보험사별로 보면 손보업계 최초의 연간 순익 1조원 달성을 사실상 확정지은 삼성화재가 가장 눈에 띄었다. 삼성화재의 당기순이익은 1조173억원으로 같은 기간(7654억원) 대비 32.9%(2519억원) 늘었다.
증가율이 가장 가팔랐던 곳은 메리츠화재였다, 이 기간 메리츠화재의 당기순이익은 1938억원에서 3138억원으로 61.9%(1200억원) 급증했다. DB손보는 4052억원에서 5643억원으로, KB손보는 2489억원에서 3223억원으로 각각 25.3%(1141억원)와 29.5%(734억원)씩 증가하면서 20%대의 순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현대해상의 당기순이익도 3553억원에서 4016억원으로 13.0%(463억원) 늘었다.
이 같은 실적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확대는 이뤄지지 않는 모양새다. 오히려 다소 축소된 모습이다. 해당 5개 손보사의 올해 9월 말 기준 직원 수는 총 1만9542명으로 1년 전(1만9621명)에 비해 0.4%(79명) 줄었다.
삼성화재의 직원 수는 같은 기간 5946명에서 5838명으로 1.9%(108명) 감소했다. 메리츠화재 역시 1832명에서 1702명으로, DB손보도 4606명에서 4497명으로 각각 7.1%(130명)와 2.4%(109명)씩 직원 규모가 줄었다.
그나마 현대해상 정도가 고용을 늘린 편이었다. 현대해상의 직원 수는 이 기간 4943명에서 4190명으로 6.3%(247명) 늘었다. 다만 이처럼 증가한 일자리도 상당수는 비정규직이었다. 기간제 근로자가 236명에서 417명으로 76.7%(181명)나 늘어난 반면, 정규직은 3707명에서 3773명으로 1.8%(66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밖에 KB손보의 직원 수가 3294명에서 3315명으로 다소(0.6%·21명) 늘었다.
사실 손보업계는 당장의 이익 확대에 일자리를 늘리긴 힘든 실정이다. 올해 실적 개선의 경우 자동차보험에서의 손해율 하락이 견인한 측면이 큰데, 이에 손보사들이 올해 하반기 일제히 보험료를 내린 상황이어서 내년 성적을 지켜봐야 하는 시점이다. 그럼에도 이익이 계속 늘어나면 추가 보험료 인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 등 생활 물가와 밀접한 보험료를 내리라고 끊임없이 압박하는 있는 현 정부의 기조 때문이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압두고 씀씀이를 줄여야 하는 점도 채용을 확대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2021년 IFRS17이 적용되면 지급해야 할 보험금인 보험사의 부채 평가 방식은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된다. 이에 가입 당시 금리를 반영해 부채를 계산해야 하고 그만큼 보험금 부담이 늘어난다. 결국 회계 상 자본이 줄고 부채 규모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자금 조달이 시급한 보험사들로서는 나가는 돈부터 줄여야 하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아무리 개선된다 해도 IFRS17가 본격 시행되기 전까지 보험사들이 고용을 크게 확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며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고용창출 요구가 결국 공공부문을 넘어 민간 기업에까지 향하게 될 것은 시간문제인 만큼 손보업계가 느끼는 압박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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