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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항소심 첫 증인심문 "영재센터 후원이 뇌물? 공익 위한 것"


입력 2017.11.09 21:18 수정 2017.11.10 11:12        이배운 기자

사회공헌적 요소 충분...문체부 후원 공신력 판단·평창올림픽 붐 조성에도 도움

특검, 증인 답변 유도...재판부 “질문 반복하지 말라” 지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5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사회공헌적 요소 충분...문체부 후원 공신력 판단·평창올림픽 붐 조성에도 도움
특검, 증인 답변 유도...재판부 “질문 반복하지 말라” 지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이 9일 증인신문 절차에 돌입하면서 본격화된 가운데 삼성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 후원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뇌물이라는 특검의 주장이 상당부분 설득력을 잃게 됐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직원이 삼성전자의 영재센터 후원을 공익적인 성격으로 인지했다는 진술을 한 데다 영재센터 지원이 당초 삼성이 추진해온 공익사업의 방향과 여러 측면에서 부합했다는 삼성전자 실무자의 증언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서울고등법원 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9일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에 대한 항소심 5차 공판을 열고 증인신문으로 강기재 삼성전자 과장과 남찬우 문체부 서기관을 불러 삼성의 영재센터 후원사업 추진 과정과 당시 상황들을 질문했다.

그동안 항소심은 쟁점 프리젠테이션과 서증조사를 거치며 다소 단조로운 흐름에서 공판이 진행됐지만 이 날 첫 증인신문에서는 돌발 변수나 허점이 생길 수도 있는 만큼 양측은 이전과 다른 긴장감을 내비추며 공방을 주고받았다.

두 증인은 삼성전자가 공익적인 차원에서 영제센터를 지원할만한 이유가 충분했다는 증언을 내놨다.

영재센터는 외견상 설립의 목적이나 구성이 공익적인 취지에 부합하고 최서원(최순실)의 사적단체임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모종의 대가를 바라고 영재센터에 특혜 후원을 제공했다는 특검의 주장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지난 2015년 영재센터 보조금 지원 업무를 담당하던 남찬우 문체부 과장은 김종 전 차관의 지시로 영재센터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이 사업은 문체부가 추진하는 동계 스포츠 종목 유망주 발굴·육성 등과 관련된 공익 활동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남찬우 과장은 "당시 은퇴 선수들에 대한 지원이 문체부와 체육계의 주요한 공익 과제로 인식되고 있었다"며 "평창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저조하다는 지적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은퇴한 메달리스트 등 스타선수들이 나서면 관심도를 높이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고 증언했다.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에서 스포츠 마케팅 실무를 담당하던 강기재 과장은 영재센터 지원 제안서를 받았을 때 기업이미지 제고 효과를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진술했다. 그는 "문체부 후원을 받기로 했다는 점을 유의 깊게 봤다“며 ”이 때문에 영재센터가 공신력 있는 단체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증언했다.

삼성이 이전부터 영재센터 배후에 최순실과 그의 조카인 장시호가 연계 돼 있음을 알고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도 가로막혔다.

앞서 특검은 영재센터가 사업자 등록도 이뤄지지 않은 신생 단체인 상황에서 삼성의 후원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삼성과 최서원과의 사전 모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 과장은 “단체장에 흠이 없는 이상 후원대상의 과거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사업자 등록시점도 후원 적정성 판단의 고려요인이 전혀 아니다”고 밝혔다. 또 남 과장도 “영재센터 배후에 최순실이 연계 돼 있다는 사실은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언론보도를 접한 뒤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특검은 증인으로부터 특정한 답을 구하기 위해 질문을 반복하다 재판부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강기재 과장에게 "영재센터에 대한 지원으로 삼성전자가 얻을 혜택에 대한 자료가 없었음에도 이청룡 상무에게 보고한 것이냐"는 내용의 질문을 여러 차례 반복한 것이다.

이에 변호인단은 특검이 질문을 수차례 반복하며 특정한 답변을 유도하고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판부는 이를 수용하며 "답을 정해놓고 질문을 반복하지 말라"고 경고를 내놨다.

이 날 오전 10시에 시작된 재판은 특검과 변호인단의 날선 공방이 계속되면서 예정보다 다소 늦어진 오후 6시 30분경 종료됐다.

재판관은 “너무 광범위한 반대신문이 이뤄지고 있는데 주 신문 내용을 이틀 전에 양측이 공유할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변호인단은 "오늘의 혼란이 발생한 이유는 증인 신문에서 불필요한 질문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시간 제한이 철저히 준수돼야 한다"며 반대했다.

항소심 6차 공판 기일은 오는 16일로 정해졌다. 이 날 오전에는 지난 2일에 마무리 짓지 못한 변호인단측의 서증조사가 마저 진행되며 오후에는 주민근 삼성전자 과장을 증인 출석해 신문을 진행한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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