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갈길 나선 바른정당…통합파 '탈당'·자강파 '전대'
개혁보수 표방한지 창당 10개월 만에 분당
통합파 "보수통합 필요" vs 자강파 "끝까지 지킬 것"
바른정당이 6일 결국 분당(分黨)했다. 개혁보수를 표방하며 창당한 지 10개월 만이다.
바른정당 통합파와 자강파는 당장 이번주부터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통합파는 오는 8일 탈당계를 제출하고 한국당에 입당할 예정이다. 반면 자강파는 예정대로 11·13 전당대회를 강행하며 독자 생존의 길을 모색한다.
통합파, 집단탈당 발표…한국당 품으로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강길부·주호영·김영우·김용태·이종구·황영철·정양석·홍철호 의원 등 통합파 의원 9명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공식 발표했다.
이들은 "보수 세력이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분열하고 갈팡질팡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속절없이 지켜만 보고 있다"며 "우리는 오늘 바른정당을 떠나 보수대통합의 길로 먼저 가겠다. 작은 생각의 차이나 과거의 허물을 묻고 따지기에는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 위중하다"고 집단탈당의 배경을 밝혔다.
통합파 의원들은 오는 8일 바른정당에 탈당계를 제출하고, 한국당에 합류할 계획이다. 뜻을 함께하는 원외 지역위원장 40~50명도 동반 탈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바른정당은 분당이 현실화한 것은 물론, 의석수가 20석에서 11석으로 줄어들면서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게 됐다. 바른정당이 교섭단체에서 빠지면 그동안 원내(院內) 4당 체제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간 3당 체제로 재편된다.
자강파, 후보자 사퇴에도 전대 강행…"끝까지 당 지키겠다"
자강파는 이날 통합파의 집단탈당에도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치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승민, 박유근, 하태경, 정문헌 후보(기호순)는 이날 방송 3사 초청 당 대표 경선 3차 토론회에서 통합파의 집단 탈당과 관련, 끝까지 당을 지키겠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유승민 후보는 "숫자는 국민들이 선거에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선거에서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이 숫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며 "이 시점에서 우리 입으로 약속한 개혁보수의 약속을 다 팽개치고 한국당에 들어가는 것은 국민들이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남아서 죽기 살기로 하겠다. 지금보다 더 어려운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원 동지, 사무처 식구들과 함께 처음 가고자 한 길을 끝까지 가 보겠다"며 "다음 선거에서 어느 누가 약속과 원칙, 가치를 지켰는지 국민 여러분이 판단해달라"고 호소했다.
정문헌 후보는 "국민이 원하는 개혁보수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모두 하나 돼야 하고, 우리가 꿈꾸는 사회가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했고 박유근 후보도 "바른정당이 살길은 똘똘 뭉쳐야 한다는 것"이라며 경선에 끝까지 참여키로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오전 통합파 의원들의 탈당 선언 직전 박인숙·정운천 후보자가 당 대표 경선 후보직에서 깜짝 사퇴했다. 이들은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의 사퇴로 바른정당이 쪼개지지 않고 단합되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은 이에 대해 이날 토론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박인숙·정운천 의원의 후보직 사퇴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어제 의원총회 전까지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던 분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말리고 싶다. 아직 투표 절차가 시작되지 않았으니까 계속 (참여)했으면 좋겠다"면서 "오전 내내 (두 의원에게) 전화해서 말려보려 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면서 "다만 정 후보만 '죄송하다. 이해해달라'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탈당파 규모 늘어늘까?…정치권 '촉각'
정치권에서는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의 추가 탈당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강파 내에서도 당의 향후 진로를 둘러싸고 유승민 의원 중심의 '개혁보수파'와 남경필 경기도지사 주축의 '통합전대파'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바른정당 안팎에서는 우선 오는 13일 전대 이후 추가 탈당 여부가 좀 더 명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통합파와 함께 탈당을 선언한 주호영 원내대표가 전대 이후 탈당을 결행할 예정인 만큼 일부 의원들이 주 의원과 함께 당을 떠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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