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비리 근절 대책에 유찰늘고 업계 후유증 예고
지난달 천호4구역, 대현2동강변주택, 안산주공5단지2구역 등 줄줄이 유찰
업계 "대형 건설사 쏠림 현상 늘고, 임의조건으로 장벽 높아질 것"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비리근절 대책이 발표되면서 정비사업 업계가 바짝 움츠리고 있다.
최근 시공사 입찰을 진행한 정비사업지가 참여사 부족으로 잇따라 유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택 브랜드와 시공능력평가에 따른 입찰제한 확산 등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비사업 시장의 투명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지역별, 기업별, 소비자의 소득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대형 건설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브랜드와 자금력에서 밀리는 중소·중견 건설사는 수주 경쟁력이 떨어져 타격이 불가피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3일 관련 업계에 다르면 정부의 재건축 시장 통제로 최근 입찰을 진행한 사업장 대부분이 잇따라 유찰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마감한 서울 강동구 천호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시공사 입찰에는 호반건설만 입찰해 경쟁조건이 갖춰지지 않아 유찰됐다.
당초 이 구역은 규모와 입지가 뛰어나 앞서 열린 시공사 현장설명회에는 10개사가 관심을 보였다. 이 사업은 총 공사비가 약 2525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입찰 제안서 단계에서 고려할 요소가 많아졌다”며 “유찰된 구역은 일반경쟁 방식으로 계속 진행할지,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천호4구역은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통해 서울시 강동구 천호동 410-100 일대를 아파트 670가구와 오피스텔 324실, 오피스 272실, 판매시설 등을 새로 짓는다.
대구 대현2동 강변주택 재건축 조합 역시 응찰사 부족으로 유찰됐다. 대구 대현2동 강변주택 조합은 대구시 북구 대현2동 417-1 일대에 아파트 1100가구 신축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조합원 수가 약 450명으로, 일반분양분이 큰 규모라 업계의 관심을 모았었다. 그러나 최근 마감된 시공사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GS건설 한곳뿐이었다.
경기도 안산주공5단지2구역 재건축 사업 시공사 입찰도 다음을 기약했다. 앞서 열린 현설에는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두산건설이 참여했다. 그러나 이번 입찰에 참가한 건설사는 한 곳도 없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경찰이 최근 시공사를 대상으로 비리 수사를 실시했고, 정부가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시공사들이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다”며 “특히 사업성을 좀 더 면밀히 검토하는 등 입찰에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서는 과열됐던 수주경쟁이 가라앉을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정비사업 시장 위축과 중견사들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이는 최근 업계에 브랜드 파워가 막강한 건설사들과 상대적으로 브랜드에서 밀리는 건설사가 수주경쟁을 벌이면 조합원들이 공사비가 비싸더라도 브랜드 아파트를 선호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조합원들은 소규모 정비사업지여도 브랜드를 따지는 경향이 짙다”며 “조합원들이 입찰조건에 과도한 입찰보증금 선금과 시공능력평가 순위 제한 등 임의의 조건을 걸면 손쓸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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