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0’ 다르빗슈, 구리엘 사과 받을 여유 없었다
2경기 연속 조기 강판으로 패전 멍에
1회 위기 속 구리엘 사과에도 무덤덤
믿었던 다르빗슈 유(LA 다저스)가 또 다시 무너지며 월드시리즈서 2경기 연속 패전의 멍에를 썼다.
다저스는 2일(이하 한국시각)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휴스턴과의 최종 7차전에서 1-5로 패했다.
이로써 다저스는 지난 1988년 이후 29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코앞에서 놓쳤다. 반면 휴스턴은 1962년 창단 이후 55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감격을 누렸다.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시즌 중반 영입해 온 다르빗슈의 계속된 부진이 뼈아팠다. 이날 다르빗슈는 1.2이닝 3피안타 5실점(4자책)으로 조기 강판됐다. 지난 3차전 1.2이닝 4실점에 이어 월드시리즈 2경기 연속 조기 강판 수모다. 월드시리즈 2경기 평균자책점은 무려 21.60으로 패배의 원흉이 되고 말았다.
다저스는 2회 5실점 이후 연이어 등판한 투수들이 7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지만 초반에 벌어진 점수 차이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날 다르빗슈는 지난 3차전의 부진을 만회해야할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 섰던 다르빗슈와 구리엘의 맞대결은 경기 전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두 선수의 악연은 지난 3차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구리엘이 선발 투수였던 다르빗슈를 상대로 선제 솔로 홈런을 뽑아낸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 양 쪽 눈을 손가락으로 찢는 행동을 했다. 이는 인종차별 논란을 야기했고, 이내 다르빗슈는 구리엘의 행동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는 다저스 선수들의 응집력을 모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후 다저스 동료들은 SNS를 통해 다르빗슈를 지지하며 4차전 필승을 다짐했다. 반면 구리엘은 6차전이 치러진 다저스타디움에서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관중들의 야유를 받아야 했다.
결국 구리엘은 이날 1회 첫 타석에서 마운드에 있던 다르빗슈를 향해 헬멧을 벗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에 다르빗슈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다르빗슈는 구리엘의 사과를 받아들일 만한 여유가 없었다. 이미 다르빗슈는 1회초부터 2실점을 내주면서 마운드 위에서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운명의 7차전에서 선취점을 내준 다르빗슈는 극도의 긴장감 속에 피칭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어떻게든 위기를 넘겨야 하는 상황 속에서 다르빗슈가 과연 구리엘의 사과를 너그럽게 받아들일 여유가 있었을지 의문이다. 하필 구리엘도 사과 이후 다르빗슈를 상대로 13구 승부를 펼치면서 끈질기게 괴롭혔다.
가까스로 우익수 플라이로 구리엘을 돌려세웠지만 악몽 같은 1회를 보낸 다르빗슈는 이미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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