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국감] 결산해보니…민생보다 정쟁, 미래보다 과거가 지배
과거 적폐청산 프레임 갇혀 민생국감 공염불
국감기간 성급한 통합논의 여론 뭍매 맞기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열린 첫 국회 국정감사는 과거 적폐청산으로 시작해 정쟁으로 끝이 났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숙고하고 민생을 살피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여당은 국감 초반 과거정부의 적폐청산 카드를 꺼내들며 야당을 압박했지만 야당은 이를 신적폐로 규정, 상임위 곳곳에서 기 싸움에 감사가 파행을 맞기도 했다. 일부 야당은 국감 기간 동안 통합과 정계개편을 시도했지만 결국 내부 갈등으로 번지면서 사태수습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2일 시작된 국정감사는 3주간의 일정을 마치고 이날 종료된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지난 정부의 적폐가 이번 국감을 통해 드러났다고 자평했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국감 과정에서 드러난 많은 적폐요인이 이제 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감사가 시작된 12일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참사 보고시간 조작 문건을 기습적으로 공개했다. 국감을 ‘과거’ 프레임에 넣어 정국 주도권을 잡기위한 포석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정부여당의 적폐청산 드라이브는 국감장 곳곳에서 보였다. 농해수위의 세월호 참사 처리문제를 시작으로 과방위의 신고리 5·6호기를 중심으로 한 탈원전 문제를 비롯해 외통위 북한 핵·미사일 안보문제와 법사위의 김이수 권한대행 유지 등을 놓고 야당과 신경전을 벌였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정부여당이 국정감사의 총구를 과거청산에 집중하자 이를 신(新)적폐로 규정하고 나서자 여야의 갈등은 심화됐다.
갈등은 국정감사 후반 방송통신위원회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보궐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절정에 달했다. 한국당은 지난 27일 ‘방통위가 방송장악을 위한 불법 날치기 폭거’라며 남은 국정감사를 전면 보이콧하는 초강수 던졌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공영방송 장악 시도의 배후에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며 ”향후 발생하는 모든 상황에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도 문 대통령에 있다"고 날을 세웠고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한국당이 정치보복이라느니 방송장악 음모라느니 이런 핑계로 국감에 불참하는 것은 제1야당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고 맞섰다.
결국 민주당은 적폐청산을 국정감사 3대 핵심 기조로 지목, 전 정권 의혹을 차례로 공개하며 여론전에 나섰지만 결정적인 '증거'제출에는 미비한 수준으로 끝이 났다. 한국당 또한 현 정권을 신적폐로 규정하고 보이콧까지 감행 했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소득없는 모습만 보이게 됐다.
반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국감 초반 두 당의 통합논의가 붉어지면서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국정감사가 중반을 지나가던 지난 18일 당내 '국민정책연구원'의 여론조사를 공개하며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당 호남계 중진의원을 중심으로 통합 반대론이 형성, 바른정당 또한 개혁보수의 통합원칙을 강조하고 나서자 조사결과를 공개한지 일주일 만에 통합보다 연대의 길로 가겠다고 잠정합의하면서 국면을 진정시켰다.
이에 정치권은 국정감사 기간 성급한 정계개편을 시도한 두 당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호남계를 대표하는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국정감사가 끝나고 통합도 좋고, 연대도 좋고 선거연합도 좋은데 뭐든지 강한 토론을 통해서 해야 한다”며 “하지 말자는 게 아니고 지금은 (통합을 거론할) 시기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정치평론과 신율 명지대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행정부 견제라는 국정감사 기능에 비춰볼 때 여야 모두 국정감사를 잘 치루지 못했다"며 "야당은 내부가 너무 복잡하다보니 국감에 신경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여당은 국정감사 본연의 의미가 뭔지도 모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날 13개 상윔위의 국정감사가 종료되면 다음달 1일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결정하는 예산국회에 접어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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