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기다리는 IB건만 1조원…2019년까지 8조원 조달한다
국내는 '치킨게임'…초대형 IB, 해외로 눈 돌려야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투자금융(IB) 사업을 키우려는 금융사들의 발걸음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 전통적인 영업 방식에만 얽매여서는 더 이상의 성장은 커녕 생존마저 고민해야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저마다 IB 확대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국내 주요 금융지주와 증권사들의 IB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핵심 인사들을 만나 미래 전략을 들어보고, 각 금융사가 내민 나름의 청사진을 짚어보는 릴레이 인터뷰를 마련했다.
"국내보다 해외시장이 돈 벌 기회가 더 많습니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경영기획총괄 부사장은 초대형 IB 사업 인가를 앞둔 지난 12일 해외시장시장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해외시장에서 큰 돈을 벌 자신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한투증권의 목표는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에 있다"며 "국내 증권사와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은 이미 '치킨게임'에 들어설정도로 포화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시장보다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그는 "이제는 우리 금융사들도 해외에서 한 판 붙어볼 기초체력이 된다"며 "(해외에는) 환차익, 기간의 미스매칭, 대차거래 중개 등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 부사장이 IB그룹장이던 지난해 한투증권은 국내 한 보험사와 홍콩의 한 금융사 간 미국 국채 대차투자를 통해 간단하게 수수료로만 160bp(1.6%), 6억원 가량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그는 "만약 국내 시장에서 회사채 발행해서 6억원을 벌려면 10명이 6개월 정도 고생해야 간신히 성과를 냈을 것"이라며 해외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IB관련 사업들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초대형 IB 사업) 허가만 떨어지면 실행할 IB건들이 1조원 이상 준비돼있다"며 "이를 토대로 당장 올해 인가 후 발행어음 1조원 이상, 2018년 4~5조원, 2019년에는 한계치인 7~8조원(자기자본 4조원 기준)까지 조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한투증권은 이미 은행·보험·종금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로 꾸려진 '종합금융투자실'도 신설·운영하고 있다.
한투증권만의 강점으로는 '다양한 수익 포트폴리오'를 꼽았다. 김 부사장은 "투자금융, ELS 등 파생상품, 채권 트레이딩, WM 리테일까지 한국투자증권은 전반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모그룹인 한국금융지주와의 시너지 확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증권사 단독으로는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모험자본 투자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1년 간 증권사 단독으로만 3800억원, 지주사 전체로는 1조8000억원 가량을 모험자본에 투자해본 노하우, 테크닉 등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경험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투증권은 초대형 IB 인가시 사업 확대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 대해서도 잘 준비돼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초대형 IB의 중요 사업인 발행어음의 성패는 조달보다는 운용이고, 운용은 결국 리스크 관리"라면서 "한투증권은 이미 '체크앤밸런스'를 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 인력을 두 배로 늘렸고, 리스크 문제에 대처할 IT 시스템까지 세팅이 돼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무엇보다 초대형 IB에서는 헤드(최종 담당자)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폭풍우가 몰아칠 때 선원들은 눈 앞의 파도가 아닌 선장의 눈동자를 바라본다'는 말을 꺼낸 그는 "IB 업무라는 게 결국은 선장이 누구냐에 달린 문제"라며 "똑같이 초대형 IB 사업으르 인가 받더라도 누가 준비하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부사장은 교보생명 시절 보험사 최초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도입했고, 동원증권 시절 증권사 최초 PF 전담 부서를 설립하는 등 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영업통으로 통한다. 한국투자증권에서 13년째 재직 중인 김 부사장은 작년 IB그룹장으로 한투증권의 초대형 IB 사업을 진두지휘한데 이어 올해는 경영총괄 부사장직까지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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