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하는 금융권' 협회장 관료 출신 싹쓸이 모드?
은행연합회장 후보에 신상훈 이어 김창록·윤용로 급부상
차기 손보협회장에 김용덕·방영민·유관우 압축…모두 관 출신
생보협회장도 관 출신 가능성↑…일각선 ‘관치금융’ 부활 우려
주요 금융협회장 자리를 고위 경제관료 출신 인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특히 은행연합회장과 손해보험협회장 등 금융협회장직 후보에 전직 관료 출신들이 급부상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배제됐던 관피아(관료+마피아)들이 금융권 협회를 장악하면서 관치금융이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오는 26일 강원도 평창에서 이사회를 열고 11월30일 임기가 만료되는 하영구 회장의 후임자 선출건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이사회에는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씨티·SC제일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장 대부분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평창동계올림픽 후원 협약식을 맺고 올림픽 주요 시설을 둘러본 후 차기 회장 인선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후보자 모집방식과 심사과정, 일정 등에 대한 논의가 본격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로는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계속해 하마평에 오르고 있고 최근에는 김창록 전 KDB산업은행 총재와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등 관료 출신들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김 전 총재는 행정고시 13회로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장을 역임한 후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 시절에 금감원 부원장과 산은 총재로 지내면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경제부처는 물론 현 정부 인사들과도 인연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행장 역시 행시 21회로 재무부, 재정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친 정통 관료다. 노무현 정무 말기인 2007년 12월에 IBK기업은행장으로 선임된 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겸 외환은행장까지 역임했다.
차기 손해보험협회장은 관료 출신으로 확정됐다. 손해보험협회장 후보가 3명으로 압축됐는데 모두 관료 출신이기 때문이다.
손해보험협회는 지난 23일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 2차 회의를 열고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 방영민 전 서울보증보험 사장, 유관우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등을 최종 후보군으로 선정했다.
김 전 위원장은 재무부 출신으로 국제금융국장, 국제업무정책관, 관세청장, 건설교통부 차관 등을 거쳐 2007∼2008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을 역임했다.
방 전 사장은 행정고시 17회로 재무부에서 경제정책심의관, 세제총괄심의관 등을 맡았고 금융정보분석원장, 금감원 상근감사위원을 거쳐 2007∼2011년 서울보증보험 사장으로 지냈다.
유 전 부원장보는 보험감독원 출신으로 금감원 상품계리실장과 보험감독국장, 기획조정국장, 보험담당 부원장보 등을 거쳤다.
회추위는 오는 26일 3차 회의를 열고 최종 후보를 선정하고 31일 총회를 통해 차기 협회장 선임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오는 12월 임기가 끝나는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 후임으로 아직 딱히 거론되는 인물은 없지만 은행연합회와 손보협회의 회장 선출 움직임에 따라 관료 출신이 추천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관료 출신들이 금융협회장직을 꿰차면 다양한 인맥과 연줄을 바탕으로 업계와 정부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겠지만 결국 청탁이나 부정부패 등이 발생하면서 관치금융이 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민간 출신들이 금융협회장 자리를 차지했는데 최근에는 관 출신들이 유력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며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등 정부와의 관계에 있어 유리한 면이 있겠지만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맞춰 현안들을 잘 조율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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