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의견서 찬성자 이름에 ‘이완용, 박정희’?
같은 이름 100장 이상, 같은 주소 1500장 이상…차떼기 제출
같은 이름 100장 이상, 같은 주소 1500장 이상…차떼기 제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해 받은 의견 수렴서 중 찬성의견서 일부가 올바른 양식을 기재하지 않은 것은 물론, 개인정보란에 ‘이완용’ ‘박정희’ 등 상식을 벗어나는 정보를 기재하고도 찬성으로 계수된 사실이 드러났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는 12일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 추진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 등이 의견수렴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개입하여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수사를 의뢰하도록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가 지난 9월 25일 제1차 회의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 단계에서의 여론 조작여부’를 조사 대상으로 결정했고, 10월 10일 있었던 2차 회의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 단계에서 여론 개입 의혹 수사 의뢰의 필요성”에 대해 의결한 것에 따른 조치다.
이번 사전조사에서는 의견 수렴 마지막 날에 여의도의 한 인쇄소에서 동일한 양식 및 내용으로 제작·제출되어 ‘차떼기 제출’ 논란이 일었던 일괄출력물 형태의 의견서를 중점적으로 조사했다.
앞서 교육부는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구분(안) 행정예고’에 대한 의견수렴 결과를 발표하면서 찬성 의견이 15만2805명, 반대 의견은 32만1075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의혹이 일었던 의견서는 현재 보관되어 있는 찬반 의견서(A4 복사용지 박스로 총 103박스 분량) 중 정당을 통해 제출된 의견서로 수기 작성된 개인 의견서, 팩스 및 온라인으로 제출된 의견서 이외의 일괄 출력물 형태의 의견서다.
진상조사팀이 교육부 문서보관실에 보관 중인 찬반의견서 103박스를 살펴본 결과, 일괄 출력물 형태의 의견서는 53박스였다.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우선 26박스(약 2만8000장)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동일한 의견서 양식(4종)에 일정한 유형의 찬성 이유가 반복돼 있었다.
이 가운데는 동일인이 찬성 이유를 달리하여 수백 장의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중복된 의견서가 다수 발견되었으며, 2만8000장 중 형식 요건을 충족한 찬성의견 제출자는 4374명으로 집계되었다.
서울시 양천구 목5동에 거주하는 양모 씨의 이름으로 118장이 제출됐으며, 전북 김제시 오정동에 거주하는 배모 씨의 이름으로 103장이 제출된 사례도 있었는데, 이 두 사람이 기재한 전화번호는 모두 결번이었다.
특히, 형식 요건을 충족한 찬성의견 중 1613명이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5동의 동일한 주소지를 기재하여 제출했고, 중복 제출된 경우, 계수 시 제외되지 않도록 동일인의 의견서를 중간 중간에 섞어서 제출하기도 했다.
또한 찬성 의견서 중 일부는 개인정보란에 ▲이완용/대한제국 경성부 조선총독부/010-1910-0829(경술국치일) ▲박정희/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1번지 청와대/010-1979-1026(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일) ▲박근혜/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1번지 청와대/010-0000-1102(의견 수렴 마지막일) 등 상식을 벗어나는 내용을 쓰고 찬성 의견을 개진하기도 하였다.
조사팀은 일괄 출력물 형태의 의견서 중 중복된 의견서를 제외한 4374명에 대하여, 무작위로 677명을 추출하여 유선으로 진위여부를 파악했고, 이 중 252명이 응답했다. 응답자 중, 찬성의견서 제출 사실을 긍정한 경우가 129건(51%), 제출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한 경우가 64건(25%), 인적사항 불일치가 12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이 47건으로 확인되었다.
당시 ‘차떼기 제출’ 논란이 되었던 일괄 출력물 형태의 의견서 제출 박스에는 ‘올바른 역사교과서 국민운동본부’의 스티커가 부착되어 배달되었다.
지난 2015년 11월 24일 개최된 제337회 9차 교문위에서 황우여 부총리는 “늦게 11월 2일 날 9시 30분경에 교육부 직원에게 연락이 와서 23시경에 50여 상자가 올바른 역사교과서 운동본부라는 곳에서 왔습니다”고 답한 바 있다.
‘차떼기 제출’된 의견서를 계수한 교육부 직원들은 “밤에 찬성 의견서 박스가 도착할 것이므로 의견서를 계수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야간 대기시키라”는 당시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증언했으며, 이에 따라 교육부 직원 200여명이 자정 이전까지 계수 작업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는 진상조사팀의 조사결과에 따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기 위한 여론조작의 개연성이 충분하며 ▲동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 개인정보의 제공, 형법 제137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동법 제231조 사문서등의 위조․변조, 제234조 위조사문서 등의 행사에 해당하는 혐의가 있고 ▲일부 혐의자는 교육부 소속 공무원의 신분을 갖지 않아 진상조사팀의 조사권한이 미치지 않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수사기관에 수사의뢰를 요청하기로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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