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점’ 논란의 김재환…두 번째 MVP 투표는?
지난해 1위표 1장 포함 총 56점 획득
올 시즌 성적만으로도 MVP 받아도 충분
타율 0.340 35홈런 115타점의 걸출한 기록을 남긴 선수가 있다. 게다가 그의 홈구장은 투수 친화적인 잠실이다. 이만하면 MVP를 받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바로 두산 외야수 김재환의 특급 성적표다.
하지만 김재환에게는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금지약물 복용 전력이다. 김재환은 2011년 10월 참가한 파나마 야구월드컵 폐막 후 도핑테스트에서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된 바 있다.
당시 그는 지인으로부터 받은 피로회복제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금지약물 테스트에 적발되는 선수들 대부분은 ‘모르고’ 먹었다는 변명으로 일관한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 하더라도, 프로 선수라면 모든 약을 먹기 전 성분을 꼼꼼히 살펴야할 의무가 있다. 즉, 고의든 아니든 프로 정신을 망각한 행위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금지약물 복용으로 적발된 선수들은 제법 있었다. 그럼에도 김재환처럼 큰 논란을 일으키는 선수는 없었다. 두 가지 뚜렷한 이유에서다.
먼저 김재환은 10경기 출장 정지를 받은 뒤 ‘봉인 해제’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고, 지난해부터 1군에 몸담으며 특급 성적을 찍고 있다. 봉인 해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지만, 수준이 다른 그의 타구 질은 야구팬들에게 감탄과 분노를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재환은 지난해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당연히 야구팬들 사이에서 큰 논란이 일었던 부분이다. 그를 후보로 선정한 KBO는 별다른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고, 투표인단도 아무 문제없다는 듯 표를 몰아줬다.
이에 앞서 김재환은 MVP 투표에서도 표를 받았다. KBO는 지난해부터 차등점수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김재환에게는 총 56점(1위표 1장, 2위표 1장, 3위표 6장, 4위표 9장, 5위표 8장)이 주어졌다. 가장 놀라운 점은 1장의 1위표다. 투표인단 중 누군가는 그가 가장 가치 있는 선수라고 판단했다.
김재환은 올 시즌 진일보한 모습이다. 지난해보다 10경기 더 출전한 전 경기에 나섰고 타율은 0.325에서 0.340으로, 안타 역시 25개나 더 뽑아낸 185개에 이르렀다. 홈런과 타점이 소폭 하락했지만 30홈런-100타점의 괴물 타자라는 점은 변함없다.
특히 선수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인 WAR(대체선수대비 승리 기여도, 스탯티즈 기준)에서는 7.49로 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이는 그가 리그 평균선수들보다 7.49승을 팀에 안겨줬다는 뜻이다.
지난해 MVP였던 니퍼트가 5.97(투수 2위, 전체 3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팀에 대한 기여도가 월등히 높은 김재환의 기록은 MVP를 받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
하지만 언급만으로도 논란을 일으키는 김재환이 올 시즌 얼마나 많은 표를 얻어올지는 미지수다. 일단 홈런왕 최정과 KIA의 20승 듀오 양현종, 헥터가 클래식 스탯 부문에서 눈에 확 들어오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김재환이 MVP 수상 여부를 떠나 지난해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얻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만큼 김재환이 올 시즌 선보였던 퍼포먼스는 대단했고 화려했다.
이미 뚜껑은 열렸다. 6일부터 시작된 MVP 및 신인왕 투표는 9일까지 4일간 실시된다. 야구 현장과 야구팬들과의 괴리감이 얼마나 클지, 결과는 오는 11월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MVP 시상식에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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