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던 거인 조정훈…PS 롯데 승리 공식?
9월 ERA '0' 거인의 든든한 필승조로 안착
7년만의 드라마 써내려가는 기적의 아이콘 조정훈
지난 7월, 콜업이 되었다는 사실 만으로 롯데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투수가 있다. 바로 7년 만에 돌아온 왕년의 에이스 조정훈이다.
지난 2009년 14승을 따내며 에이스로 도약했던 조정훈은 2010년 시즌 중 부상을 당하며 1군 무대를 떠났다. 그리고 재활과 함께 군 복무를 해결하기 위해 시즌 후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를 결정했다. 그 당시만 해도 군복무가 끝나면 건강한 모습으로 사직 마운드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재활 과정은 험난했다. 재활이 끝나고 공을 던지려고만 하면 다시 통증이 재발했다. 그렇게 어깨와 팔꿈치로 다시 수술대에 오른 조정훈은 무려 7년의 세월을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 채 재활에만 매진했다. 실전 무대에서 공을 던진 것도 올해를 제외하면 2015년 시범경기와 2군 경기에서 잠깐 던진 것이 전부였다.
현역 선수로서 감당하기 힘든 7년의 세월을 조정훈은 버텨냈다. 성적에 관계없이 롯데팬들이 박수를 보내는 1군 투수는 조정훈이 유일하다. 던져주는 것만으로 고마운 조정훈이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등판 횟수가 늘어나고 실전감각을 점점 찾아가며 다승왕에 올랐던 왕년의 실력이 다시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조심스럽게 나온 연투 상황 이후에도 아프지 않다는 것이 고무적이었다. 조정훈은 단지 던지는 것만으로 고마웠던 투수에서 롯데 불펜의 확실한 믿을맨으로 거듭났다.
순위 경쟁이 치열한 9월 들어서는 더욱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필승 트리오를 구성 중인 마무리 손승락과 영건 셋업맨 박진형과 함께 9월 평균자책점 0을 기록 중이다. 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치열한 3위 싸움 중인 롯데는 경기막판 접전 승부를 따내며 9월 승률 1위를 기록 중이다.
세부 성적은 더욱 놀랍다. 조정훈은 2이닝 홀드를 기록했던 9월 10일 kt전을 제외하면 단 1명의 주자에게도 1루를 밟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10일 내주었던 2개의 피안타와 1개의 볼넷이 9월 조정훈이 허용한 출루의 전부다.
6경기 등판으로 표본이 적긴 하지만 놀라운 기록이다. 9월 조정훈이 기록한 피OPS 0.232와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0.45는 연일 세이브를 기록하며 최고의 활약을 보이고 있는 마무리 손승락보다 더 뛰어난 수치다.
7년 만에 사직 마운드를 밟은 조정훈은 내친김에 8년만의 포스트 시즌 무대를 조준하고 있다. 8년 전 그는 롯데 1선발로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등판한 기억이 있다. 당시 롯데는 두산에 무릎을 꿇고 말았지만 조정훈은 선발등판한 1차전에서 포크볼을 앞세워 승리를 거뒀다. 아직도 조정훈하면 2009년 준PO 1차전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미 확정지은 롯데에 과거의 1선발 조정훈은 없다. 하지만 에이스로 빛났던 과거를 뒤로 하고 재활의 무게를 이겨낸 필승조 조정훈이 거인의 허리를 든든히 지탱하고 있다. 올 가을에는 롯데 팬들의 추억에 잠자고 있던 가을 조정훈을 다시 만날 수 있다. 롯데의 가을야구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글: 이정민, 김정학/정리: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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